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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9 14:58 수정 : 2005.10.10 14:02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숲이 아름다운 이유는? 새들이 깃들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봄이면 온갖 식물들이 연녹색 잎을 키우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잎새 뒤에 숨어 자란다. 새들은 곤충을 먹이로 새끼를 기르고 숲 속 가득 울려 퍼지는 새소리에 숲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새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숲이 그나마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우리 숲의 딱따구리>(돌베개 어린이)는 딱따구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숲에 사는 새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우리 가까이 숲과 새를 느끼고 관찰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부터 아이는 아버지와 자주 산에 오른 모양이다. 우리 숲에서 찾아낸 큰오색딱따구리와 쇠딱따구리, 동고비들이 집을 짓고 먹이를 잡거나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에 아이는 흠뻑 빠져든다. 독자들은 아이의 호기심에 찬 눈을 따라 아이가 본 것들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우리 숲의 딱따구리>는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실 건성건성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물론, 쌍안경을 갖고 새를 보러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새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숲에 사는 새들은 사람에 대해 그만큼 예민하다. 그래서 이만큼 자세하게 보여주고 이야기해주기까지 화가와 글쓴이가 얼마나 숲을 자주 찾아갔을지, 성실하게 관찰했을지 은근히 감탄하게 된다. 우리 곁의 자연에 대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무지한 경우가 많다. 자연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개체 하나 하나로 들어가면 아직 밝히지 못한 생태가 많다고 무심하게 고개를 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딱따구리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발품과 의지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가들의 관찰은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아이는 청딱따구리의 둥지를 얻어 알을 낳으려는 동고비 편이 되어 관찰하기도 하고 큰오색딱따구리가 구멍을 파기 위해 나무를 십만 번은 쪼아야한다는 사실에 부리가 부러지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며 감탄한다. 아버지가 찍은 사진에서 딱따구리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그럴까 궁리하기도 한다. 왜 그런지에 대한 정답은 글에 없다. 초봄에서 겨울까지 관찰하고 탐구한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섣불리 딱따구리에 대한 모든 답을 말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인상 깊다. 관찰과 탐구의 여지를 열어둔 느낌이다. 아이들이 왜 그럴까 따져보고 주인공 아이의 시선과 관심을 따라 그 다음을 알아낼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숲에서도 조용히 하지 못하고 떠든다. 어쩌다 숲을 찾은 아이들에게 숲의 느낌에 집중하게 하고 새소리에 귀기울이거나 숲 속 생물을 관찰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실 어른들도 숲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우리 숲의 딱따구리> 덕분에 우리 모두 숲에서 조용히 새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숲이 계속 아름다울 수 있도록, 새들이 깃들 수 있게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보연 글, 김재환 그림. 9천원.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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