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9 15:03
수정 : 2005.10.10 14:01
<생각 키우는 책꽂이>
“사람은 꽃이란다. 세령아, 아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사람꽃이라고 생각해. 서로 아끼고 돕고 나누고 그러면서 향기나게 살아야지?”
아이들 눈은 순수하다. 순수한 눈은 따뜻한 마음을 드러낸다. 따뜻한 마음은 훈훈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꽃’이다.
여수시 여서동 구봉산 아래쪽에 2층 양옥집 딸린 꽃가게 ‘꽃집 마니마니’. 그 곳엔 사람꽃 가족이 산다. 서른다섯 예쁜 엄마와 동갑내기 꽃시인 아빠,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멋진 세 자매 희령이, 은령이, 세령이는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꽃들이다. “어디 아프니?” “너, 무슨 일 있니?” “엄마 괜찮아요?” “아빠 사랑해요.” “하하하…” “호호호…” 항상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고 생각해준다.
화목하고 단란한 동화같은 가족이지만 시샘이 생기진 않는다. “우리 집은 안 그런데…”라고 생각했다가도 세령이의 귀엽고 깜찍한 행동들을 보고 감칠맛나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느덧 책속으로 빠져든다.
세령이의 입은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과 다툼, 갈등, 의리, 우정 등이 반복되는 학교를 왔다 갔다 한다. 새로울 것 없는 흔한 풍경들이 연출된다. 하지만 초등학생 아이에겐 주변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부모에게는 과거를 반추해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순둥이 순조가 세령이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백기사’로 나서 방어해주는 장면과 그런 순조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세령이 잠을 못이루는 장면 등은 황순원의 <소나기>와 닿아 있다.
막내딸인 세령이는 통통하고 눈물도 많고 두 언니에 비하면 잘난 게 없다고 스스로르 낮추지만 그래도 왠지 예쁘고 대견해 보인다. 그건 크고 작은 문제들이 터질 때마다 ‘배려’와 ‘이해’의 지혜를 발휘하는 어른스러움에서 비롯된다. 자기를 좋아하는 순조가 할머니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서희의 지갑을 훔쳤을 때도, 은령이 언니가 할머니를 돕기 위해 꽃 몇송이를 훔쳤을 때도, 가슴에 장미꽃 한송이를 ‘콱’ 꽂는 세령. 선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작가는 세령이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가지만 종착지에 다다르면 혼자 사는 할머니로 귀결된다. 가족도 없이 변변한 생활비도 없이 어렵게 살아가다 병까지 얻은 할머니에게 알고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왔음을 보여준다. 은령 언니는 집에서 몰래 꽃 몇송이를 가지고 나와 할머니를 위로해 왔고, 아버지와 단둘이 힘들게 살아가는 순조도 할머니를 수시로 찾아 친할머니처럼 돌봐 온 것이다. 여기에 희령이와 세령이도 뒤늦게 동참함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작가의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 환경속에서 자라는 세 자매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발견하고 느끼고 눈떠가는 과정을 책에 담은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나오듯 ‘얼굴이, 성격이, 생각이, 능력이 각각 다르긴 하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따뜻한 사랑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어한 것이다. 김자환 글, 김준영 그림. -삼성당/7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