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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9 15:48 수정 : 2005.10.10 14:01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툭 투둑 툭 투두둑!

숲에서 들리는 이 소리 어, 무슨 소리일까?

또 들린다! 툭 투둑 툭 투두둑!

오라, 하늘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네.

툭 투둑 툭 투두둑!

도토리는 어느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일까? 도토리 나무가 있을까? 아니, 도토리는 참나무 열매야. 참나무는 ‘진짜나무’라는 뜻으로 붙은 이름인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고 여러모로 쓸모도 많아 그런 이름이 붙은 거야. 하지만 사실 참나무라 불리는 나무는 없어. 보통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를 참나무라고 부르지. 도토리는 모두 이 나무에 달리는 열매고 모양도 가지가지야.

‘붉나무’는 서울에 사는 강우근(42) 나은희(36)씨 부부와 두 아들 나무(6), 나단(5) 가족의 공동 필명이다.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인 강 씨와 어린이책 편집자인 나 씨 가족은 주말이면 전국의 산과 들을 찾아다니며 동·식물을 관찰하고 생태놀이를 한 뒤, 이를 다른 가족들과 나누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도토리 가운데 대장은 뭐니뭐니해도 상수리나무 도토리야. 너털너털 더부룩한 큰 깍정이는 무슨 도사님이 쓰는 삿갓 같기도 하고, 도토리 알도 가장 크고 통통하고 동글동글해.

상수리나무랑 비슷한 도토리가 굴참나무 도토리야. 깍정이가 역시 너털너털해. 상수리나무랑 굴참나무 도토리는 깍정이만 모아 보아도 재미나. 여러 개 모아 실로 꿰면 털이 너털한 귀여운 애벌레가 되지.


깍정이가 오톨도톨하고 알이 동글납작한 도토리는 신갈나무 도토리야. 알이 길쭉한 손톱처럼 매끈한 건 졸참나무 도토리고 말이야. 졸참나무 도토리 깍정이는 다른 깍정이에 견주면 아주 작고 껍질도 매끄러운 편이야. 숲길에 떨어진 깍정이를 부지런한 다람쥐처럼 모아 두면 털이 매끈한 애벌레도 하나 더 만들 수 있고, 소꿉장난 그릇으로 쓸 수도 있어.

요즘 숲에 가면 소나무보다는 참나무를 더 많이 보게 돼. 숲이 자꾸 바뀌어 가는 거야. 소나무 대신 참나무가 숲의 주인이 되어 가는 거야. 이런 걸 ‘천이’라고 해.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나무가 자꾸 없어진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이건 자연스런 일이고 숲이 건강하다는 뜻이기도 해.

도토리는 숲에 사는 동물들이 아주 좋아하는 열매야. 다람쥐는 도토리를 겨울잠 잘 굴에다 모아놓고 겨울잠을 자. 자다가 배가 고프면 일어나서 도토리를 먹고는 다시 자. 그래서 가을에 양볼 주머니에 도토리를 가득 넣고 나르기 바쁘지. 어치는 도토리를 숲 여기저기에다 숨겨. 숨긴 걸 어떻게 기억하고 찾느냐고? 걱정 마. 숨겨 논 걸 거의 다 찾는대. 또 혹시 못 찾고 그냥 남겨진 도토리는 여기저기 싹을 틔워서 숲의 천이를 돕는다고 해.

사람들도 도토리를 아주 좋아해서 해마다 가을이 되면 도토리를 마구 채취하는 사람들 때문에 숲이 몸살을 앓는다고 해. 그런 행동이 숲 생태계를 망가뜨린다고도 하지. 하지만 우리 땅 어디선가는 터널을 뚫고 골프장을 만든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산 하나가 뚝딱 없어지고 있는데, 정말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일이야.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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