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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있는 샘머리초등학교의 원래 이름은 원천초등학교였는데 주민들의 뜻을 따라 마을의 옛이름인 샘머리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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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 현장은>
유등→버드내, 원천→샘머리, 기린→온고을… 버드내초, 샘머리초, 한솔초, 슬기초, 하늘중, 샛별중, 한가람고, 늘푸른고, 한마음고, 푸른꿈고, 한별고, 온고을여고… 아름다운 우리말도 살리고 교육의 나아갈 길도 비춰주는 학교 이름이 점점 늘고 있다. 한자식 지명을 억지로 짜맞추거나 동서남북 방위를 이름에 붙여 일제 잔재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존 학교 이름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 있는 유등(柳等)중학교는 어려운 한자 이름을 버리고 대신 ‘버드내중학교’라는 아름답고 부르기 좋은 우리말 이름으로 바꿨다. 같은 지역 원천(元泉)초등학교 역시 샘머리초등학교로 개명했다. 이효관 교감은 “인근 동네의 옛이름이 ‘샘머리 마을’인데 개교하면서 별 생각없이 한자 이름으로 지었다가 동네 주민들이 반대해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청주시 산남초등학교는 한솔초등학교로, 아산 삼화여중은 온양 한올중으로, 남원시의 남원여중은 남원 하늘중으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남원 용성여중은 2001년 남원 한빛중으로, 완주 삼례여고도 같은 해 한별고로 새단장했다. 이 학교 김용남 교사(영어)는 “졸업생들이 외지로 나가면서 촌학교를 졸업했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불만이 많았다”며 “학교 이름을 바꾼 뒤 이미지도 좋아지고 학생들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한자식 지명 짜맞추거나 동·서·남·북
일제잔재 입길에 이름 고치기 바람
어감 안좋던 놀림감서 부러움으로
전북 전주에서는 ‘온고을’이란 옛 지역명을 살린 게 돋보인다. 기린여중이 온고을중으로, 영생여상고가 온고을여고로 각각 교명을 바꿨다. 어감이 좋지 않아 놀림의 대상이 되던 학교들도 개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인천 학익동초등학교는 ‘학의 배설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고려해 지난해 연학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인천 방축고도 어감이 안좋은 학교 이름을 내년부터 예일고로 바꾸기로 했다. 또 경기 식사초등학교는 올초 은행초등학교로 개명했다. 남자의 정자를 연상하게 만들어 구성원들의 불만을 사왔던 성남시 정자고는 한솔고로 이름을 고쳤다. 구미시 고아읍에 있던 고아고도 학생들이 학교이름 반대운동까지 펼치며 반발하자 현일고로 개명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렇게 이름을 바꾼 학교가 전국적으로 20여개에 이른다.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 최진명 과장은 “지역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의 요구에 따라 본래 우리말로 된 마을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름을 바꾸려는 학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규 아름다운학교만들기운동본부 사무총장(서울 미술고 교감)은 “우리나라 학교이름은 지명과 방위를 따와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며 “학교 이름은 매우 중요한 학습 환경이고 교육목표를 담고 있는 만큼 구성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아름답고 부르기 좋으면서 교육적으로도 의미있는 이름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근혁 <교육희망> 기자 edupres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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