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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6 15:34 수정 : 2005.10.17 14:21

나혜영 교사의 시사 따라잡기

비전향 장기수 북송 어떻게 볼까

[기사 원문]

장기수 북송,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장기수 정순택씨의 주검이 어제 북쪽으로 갔다. 정부는 지난 30일 대한적십자사 총재 이름의 대북 전통문을 보내 북쪽에 있는 정씨 가족의 남쪽 방문을 요청했으나, 정씨는 답장이 오기 전에 숨졌다. 주검의 북송도, 북쪽 가족의 남쪽 방문 요청도 처음 있는 일이다.

정씨는 2000년 9월 이뤄진 비전향 장기수 63명의 북송 때 전향서를 냈다는 이유로 제외된 사람이다. 그는 31년5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1989년 ‘사상전향서’를 쓴 뒤 가석방됐으나 99년 고문과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전향 철회를 선언하고 북송을 요구해 왔다. 1차 북송에서 그와 함께 빠진 정순덕씨도 지난해 숨져 결국 둘 다 살아서 북녘땅을 밟지 못하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장기수는 이념과 체제 대결 일색이었던 과거 남북관계의 모순과 고통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들이다. 수십년을 감옥에서 보낸 이들은 이제 70대 이상의 노인이 돼 남은 인생을 고향 땅에서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최근 국회 답변에서, 정씨를 포함한 29명이 추가 북송을 원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인권적, 인간적 도리 차원에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장기수 북송을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와 연계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다. 남북이 자신의 요구만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대범하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 더 떳떳하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전향제도의 위헌성과 위법성을 지적하는 의견을 냈듯이, 전향·비전향 장기수를 나누는 것도 반인권적이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정부가 장기수 북송 문제를 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한겨레> 2005년 10월3일치 사설

배경지식 쌓기

지난 2일 서울 보라매 병원에 마련된 비전향 장기수 정순택씨의 빈소를 찾은 참배객들이 분향하고 있다. 정씨 유해는 이날 오후 판문점에서 북쪽 가족에게 인도됐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비전향 장기수(非轉向長期囚)=미전향 장기수, 출소 공산주의자 등 다양하게 불린다. 국가보안법·반공법·사회안전법 등으로 인해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의미한다. 해방 이후의 남파 간첩이나 빨치산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당시 재판을 받고 복역한 뒤 1960년대를 전후하여 풀려났다가 1975년 사회안전법이 제정되면서 재수감되어 사상 전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0년 이상 감옥 생활을 했고, 사상전향서(뒤에 준법서약서) 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대부분 석방이 되었다. 1998년 7월 전향제도를 폐지한 뒤 비전향이란 표현과 용어는 부적절하다는 얘기도 있으나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비전향 장기수로 문제가 논의되면서 표기된 대로 비전향 장기수라는 표현을 가장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

외교의 의미와 목적=외교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한 국가의 대외정책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 대외관계의 처리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외교 교섭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외교의 목적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국익 이상의 이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국익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외교 정책을 세우거나 교섭을 할 때 무엇이 국익인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큰 틀을 살펴보면 국익이란 안전 보장의 측면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경제적 이해의 측면에 역점을 둘 때도 있다. 또 국익 실현의 수단으로는 상황에 따라 군사력이 중시되는 경우와 때로는 경제력의 이용이나 국제 여론에의 호소, 또는 문화적·선전적 힘이 사용되는 때도 있다.

[살펴보기] 비전향 장기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 문제는 우리의 대북 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쟁점을 안고 있다. 위 사설은 장기수 북송을 외교적인 협상의 문제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인도적, 인권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은 이 문제를 외교적 협상의 대상으로 보며, 상호주의의 원칙-북송에 상응하는 대가로 북한이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남한으로 보내주는 것-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봐야 한다.

그리고 비전향 장기수가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범죄자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은 사상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또 그들에게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사상전향서 또는 준법서약서를 쓰게 했다는 사실도 역시 인권침해 요소가 될 수 있는 논쟁거리이다. 비전향 장기수를 다른 범죄와 다르게-선고된 형량을 치렀는데도 전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예상 논제]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시] 저는 왜 대북 외교 정책이 늘 저자세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말하는 민족 통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통일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신뢰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정권을 공고히 해 주는 외교 정책은 위험합니다.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북핵 문제도 우리의 외교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탈북자 문제 역시 북한과 해결하지 못한 채 끌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신뢰 없이 경제적인 지원은 꾸준히 이어졌고, 북한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면서 우리의 지원을 강요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당에서 비전향 장기수를 어떤 조건도 없이 북송한다는 것은 외교적인 실책입니다. 정부에서는 “인도주의적 인권, 인간적 도리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왜 북한의 인권 문제나 우리 납북자의 인권은 얘기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친 비전향 장기수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는지 저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상호주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교적인 성과로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정부도 이제는 이를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도움말] 이 사안에 접근하려면 먼저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인권적인 차원에서 봐야 하는지, 외교적 협상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인권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어떤 실리 없이 북송해 줘야 한다는 것이 맞다. 인권은 어떤 정책이나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도 보편적인 가치로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외교에서 중시하는 것은 상호주의의 원칙을 통해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준다면 그들도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인권도 그와 같은 차원에서 협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답변을 하기 전에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또는 개인의 인권과 국가의 질서 유지가 상충되면 이 중에서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위 학생은 후자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우리의 외교 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비전향 장기수 문제 역시 외교적인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 원칙에서 중시하는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외교적인 협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예외가 되는 것들도 있고, 인권 문제 역시(어떤 사안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국익에 우선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 국익을 위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단언은 자칫 전체주의적 사고를 드러내는 위험한 이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가 외교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전향 장기수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렇기 때문에 외교적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이와 더불어 비전향 장기수가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겪었던 이중 처벌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받았던 사실도 문제의식을 갖고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법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이 상충되는 사안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인권과 국가 안전 보장이 상충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출문제]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 협상 과정에서 전후 배상을 납북자 송환 문제와 연관지어 논의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과 납북자 송환 문제를 연계시키는 데는 소극적인 듯하다.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2003학년도 건국대)

[기출문제 해설] 우리의 대북 외교 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제이다. 자신의 견해를 일관성 있게 명확히 서술하고, 당위성과 근거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의 대북 외교 정책에서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힌 뒤, 그 실현을 위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것이 어떤 정책인지 설명하면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 맥락으로 논지를 펴야 한다는 것이다. 수단과 목적을 연결시키는 것은 창의적인 논리이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외교 정책이 갖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논리를 세우는 것은 가능하다. 정부의 논리와 야당의 논리를 참고로 해도 좋다.

[예상문제]

● 비전향 장기수들을 민주화 운동의 공로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준법서약서나 사상전향서를 쓰게 하는 것은 위헌인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서울 예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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