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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성교제 손사래보다 조언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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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최근 발표된 한 설문조사를 보면 10대들 중에서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대답한 경우는 18%이고, 이성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경우는 60%였다.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이성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인데,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연애는 늘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무언가로 그려진다. 그러니 10대들 사이에서 이성친구를 사귀는 일은 큰 자랑거리다.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연애를 꿈꾸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공공연하게 하는 법은 없다. 어른들은 청소년기에 이성친구를 사귀는 일을 ‘딴짓’이라고 본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이성교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들은 예외없이 ‘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이성교제에 대해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던 부모들도 막상 아이에게 이성친구가 생기면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린데…’, ‘여자는 손해를 보는데…’ 등 좋은 점보다는 우려되는 점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상대에 대해서도 ‘그 애는 공부를 못하니까’, ‘집안이 가난해서’, ‘전화 목소리가 퉁명스러워서’, ‘못생겨서’, ‘아버지가 안 계셔서’, ‘담배를 피우니까’등 마음에 안드는 조건을 나열하면서 말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말씀이 아무리 옳다 해도 일단은 반항을 하고 보는 게 청소년기다. 특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더욱 심하게 반항한다. 게다가 그동안 심리적으로 의지했던 대상이 부모에서 친구나 선생님, 연애인, 이성 등으로 확장되는 시기가 아닌가. 청소년기에 이성친구를 사귀게 되면 신선함이나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수많은 갈등 상황에 부딪힌다. 오늘은 만날까 말까, 어디서 만날까, 돈은 누가 내야 하나,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상대가 좋아할까, 그 애가 어제 한 말은 무슨 뜻일까, 도대체 남(여)자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걱정이 태산 같다. 적절한 조언을 원하지만 조언해 줄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순간의 감정에 따라, 혹은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 끌려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성적인 행동과 관련해 중요한 갈등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의 상황’으로 인식해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드물다. 자녀가 이성교제 문제로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게 하려면, 청소년기의 이성교제를 반대를 하거나 찬성을 하는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관철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구체적인 생활과 관련해 자녀와 더불어 기쁨과 고민을 나누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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