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16 17:22 수정 : 2005.10.17 14:18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오늘 아침, 철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손전화를 ‘압수'했기 때문이다. 교사라 할지라도 교육을 빙자해서 개인의 물건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잔소리 몇 마디 하고 아이에게 돌려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어제는 답답한 마음에 일단은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은 집에 갈 때 늘 돌려줬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란 눈치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퇴근하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이런저런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가정이 늘었다. 그러나 그렇게 ‘뺑뺑이’ 돌린다 해도 아이 혼자 방치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학원에서 공부한다며 혼자서 밤길을 다녀야 될 경우도 있으니 그것도 걱정이다. 이래저래 아이가 어찌하고 있나 궁금해서 손전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아직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현실은 그런 의견과는 상관없이 손전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개인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교실에서 손전화 때문에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을 생각하면 이제는 다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수도 우석이도 공부 시간에 틈만 나면 손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고, 심지어 엠피3까지 듣는다. 사진 촬영은 기본이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그 녀석들 둘레로 모여 놀다가 시작종이 울린 것도 모르고 손전화에 빠져 있곤 한다. 판단력이 흐리고, 아직 자기 절제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다. 이제는 컴퓨터만큼이나 손전화도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더 큰 문제는 손전화를 지니고 있지 못한 아이들이 느끼는 위화감이다. 요즘 아이들은 무슨 대가로 부모에게 손전화를 요구하는 일이 예사로 되었고, 손전화를 사주지 않거나, 사주지 못하는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도 커졌다. 큰일이다.

철수는 공부 시간에 손전화를 몰래 쓰다가 걸려서 ‘압수’당했다가 되돌려 받은 게 벌써 여러 차례다.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협박’도 하지만 되돌려 받는 순간 다시 제자리다. 아이 스스로 절제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손전화의 유혹이 너무도 강렬하다. 게다가 빼았겨도 집에 갈 때는 되돌려준다는 생각 때문인지 금방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아이 말을 믿고 되돌려 주었는데 금방 그런 일이 또 생기면 배신감에 부모님이 와서 상담하기 전에는 돌려주지 않겠다고 큰소리치지만, 함께 손전화를 압수당한 우석이가 “선생님 아침에 알람 소리 듣고 깨서 학교 와야 하는데요” 그러면서 졸졸 쫓아다닐 때는 짠하면서도 도대체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부모님이 먼저 일을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우석이에게 손전화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그런데 교실에서 공부할 때는 손전화가 가장 큰 훼방꾼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할까?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