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학교 현장은>
일산 초등교 ‘책 바자회’ 잇따라꼬깃꼬깃 용돈 꺼내 “이 책 주세요”
직접 골라 애착 “독서량 늘었어요”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을, 학교마다 책 바자회를 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책 바자회는 학교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책을 뽑은 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판매하는 마당. 아이들은 여러 좋은 책들을 만나면서 억지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벗고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좋고, 장서가 부족한 학교로서는 도서관을 풍성하게 만들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긴다. 책을 읽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반응 또한 뜨겁다. 지난 10일 오전 9시 경기도 일산의 문화초등학교 과학실. 개교 이래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책 바자회 행사의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죽 붙여놓은 탁자 위에는 창작동화와 과학서적, 교양서적들이 학년대별로 질서있게 전시되어 있고, 아침 일찍부터 나온 어머니회 회원들은 사흘간 열릴 바자회의 도서 목록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과학실과 가까운 교실로부터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다. 용돈 지갑을 열어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소중히 꺼내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두 손 가득 사고 싶은 책을 챙겨들고는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막무가내 떼를 쓴다. 몇 주 앞둔 교내 독서 퀴즈대회에 대비해 지정도서를 집어 드는 아이도 보인다. 새내기 1학년들은 쌓여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래진다. 5학년 이종환(11)군은 “어제밤 엄마와 의논한 뒤 사고 싶은 책을 미리 정해왔다”며 “1년에 두 번 열리는 바자회가 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도서연구회에서 활동하는 도서도우미 어머니들과 사서 교사가 한달동안의 공동작업 끝에 선정한 135종의 책 더미는 오전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학교쪽은 수익금 전액을 부족한 도서를 구입하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책 바자회는 단순하게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11~12일 이틀간 바자회를 연 일산 낙민초등학교의 경우 도우미 엄마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학교는 바자회 기간이 아닐 때도 ‘책을 읽어주는 엄마’ 모임을 꾸려 1주일에 한번씩 학교에 찾아가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또 일산 호수 초등학교는 학교 예술제 기간 동안 책 바자회를 같이 열어 학교 축제의 새로운 전형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 바자회의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좋다. 문화초등학교 서혜숙 사서교사는 “행사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의 독서량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도서 대출 건수도 늘어난다”고 바자회의 효용을 설명했다. 학부모 박문주 씨도 “서점이 아닌 ‘학교’에서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일수록 아이의 관심과 애착이 오래 간다”며 “학부모로서 대만족”이라고 반겨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런 흐름을 틈타 “막연히 책을 읽으라고 하는 독서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대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독서 매뉴얼, 추천도서 목록, 독서이력철, 통합교과형 논술 등 ‘강제성 독서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도 길러주고 즐거움도 안겨주는 책 바자회가 독서의 계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글 ·사진 이민정/학교 모니터 ballong@naver.com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