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6 17:37
수정 : 2005.10.17 14:17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얘들아, 안녕? <우리가 눈발이라면>부터 입을 쪽쪽 맞추며 외워 볼까? 책을 힐끗거리는 놈들도 있으나 고개를 약간 올리고 방긋거리는 입술들이 아주 예쁘다. 이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시작! 김남주의 <사랑 1>과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까지 한 차례씩 읊고 나서 수업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모국어와 정서 익히기의 처음은 시를 가슴에 담는 일이 아닐까, 시 단원을 공부하는 이 가을에 아이들은 몇 권의 시집을 뒤적일 것이며 다섯 편 이상의 시를 외우고 또 노래를 부를 것이다.
자, 오늘은 지난 시간에 모둠끼리 함께 감상한 시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죠. 1모둠 현석이가 모둠 식구들의 성원 속에 <어떤 마을>을 발표하겠다고 일어섰다. 물론 발표 전에 함께 읊었다.
“우리 모둠은 도종환의 <어떤 마을>을 감상했는데, 아주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이 있는 시입니다. 반짝이는 별이 뜬 하늘과 그 아래 마을과 연기 나는 굴뚝, 시냇물 등이 그림처럼 떠올라요. ‘접동새 소리’나 ‘따스한 별들’, ‘밥 짓는 냄새’ 등은 직접 느끼는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나도 이 마을에 사는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착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별들도 많이 뜨고 그 별이 굴뚝 가까이 내려온다고 했는데 동막골처럼 환상적입니다.”
아이들은 ‘우와-’ 하며 박수를 쳤고 나도 폴짝 뛰며 좋아했다. 저희들끼리 몇 차례 문답을 주고받은 뒤 마침내 칠판 가득 마을이 자리잡고 개울이 흐른다. 아늑한 뒷산이 깔리고 연기 나는 굴뚝, 그리고 하늘 가득 튀밥인지 별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박혔다. 나도 함께 신나게 그렸다.
지난 번, <몽실 언니>를 읽고 감상문을 쓰면서도 아이들은 동막골을 만났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본 사람도 사람으로 만났을 땐 다 착하게 사귈 수 있어. 하지만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된단다. 국군이나 인민군이 서로 만나면 적이기 때문에 죽이려 하지만 사람으로 만나면 죽일 수 없단다.” 책 속의 인민군 언니가 몽실에게 한 말이다. 아이들은 ‘사람’으로 만나는 것이 어떤 것인가 생각했고,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가족이라 생각하면 전쟁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숱한 동막골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는 눈과 만드는 손이 있다.
박경이/충남 천안중 교사
iee5808@hanmail.net
이 난은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따뜻한 이야기 숲입니다. 충남 천안중 박경이 선생님과 동화작가 선안나 씨가 번갈아 감동넘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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