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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6 17:56 수정 : 2005.10.17 14:17

나의 의견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공표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에는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기록하는 ‘독서이력철’을 작성해, 대학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열며 독서이력철의 제도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자율적으로 이뤄져 왔던 독서활동이 왜곡되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민주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손종현
[찬성] 독서 ‘기획지도’ 필요하죠

손종현/전 교육혁신위원회 상근전문위원
haksoson@hanmail.net

누가 뭐라고 해도 학교는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는 곳이다. 학력이란 학교에서 가르쳐서 배운 능력을 의미한다. 그 학력은 ‘교과능력+독서능력+진로능력’으로 구성된다. 아이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와 진로에 기반한 독서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은 학교와 교사의 고유한 기능이다.

독서이력철의 필요성은 일단 현재의 교과서 중심, 참고서 문제 풀이 중심의 교과수업에 대한 보완에서 찾을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과 교실수업이 얼마나 천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학생들이 소설책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있는지 등을 보면 독서교육이 얼마나 시급한지 금방 알 수 있다.

독서교육은 지식정보화사회에 대응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지식과 정보의 생산, 창의력 신장을 위해서는 독서활동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학교에서 독서를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기획해서 지도할 필요는 있다. 독서이력철은 또한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독서를 통해 자기 적성과 진로를 찾고 또는 진로탐색과 선택에 필요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독서의 본래 의미를 해칠 염려가 있다는 것, 학교와 교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 교사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것, 입시제도 때문에 어렵다는 것, 우선 독서 환경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등 여러 반론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여건이 다 갖춰지고 도입되는 제도 혹은 정책이 어디 있는가? 시급한 것은 먼저 시행하면서 여건을 갖추는데 정책을 집중하면 된다.

독서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하지만, 독서 순수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독서 기록이 사생활 침해와 인권 침해의 요소도 있지만, 이를 어떻게 넘어설까 하는 문제는 우리(교육공동체)의 실천이성이 해야 할 몫이라고 본다.



안찬수
[반대] 강제하면 즐거움 앗아가요

안찬수/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transpoet@hanmail.net

교사가 학생의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일일이 검사하고 기록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이다. 지금도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독서활동 기록은 그 곤란함을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독서활동 기록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교육 당국이 학생들에게 ‘이 책 읽어라, 저 책 읽어라’라고 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독서문화 진흥의 방안이 아니다. 당국이 학생들에게 몇 권의 책만을 골라내어 권한다면(학습도서, 권장도서라는 말이 쓰이더니 이제는 교과독서, 진로독서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출판문화는 심하게 일그러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교육 당국이 문화에 가하는 폭력이다.

그럼 그 대안은 무엇인가. 국가 및 교육자치단체가 먼저 나서 학생들을 위한 독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학교도서관(사람, 책, 시설)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이 장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각종 지원 체계를 만들고, 선생님들이 독서교육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각 교과별 연수도 실시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독자가 되어 자신과 다른 세계를 만나는 즐거운 경험이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 스스로 그런 ‘즐거움’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독서의 본질이며, 독서교육의 본령이다. ‘책을 읽게 만드는 것’(강제성)이 아니라 ‘책을 읽고 싶도록 도와주는 것’(자율성)이 중요하다. 독서이력철 제도는 학생들의 독서 이탈을 막기 위해 교육 당국이 선택한 최악의 방법론이며, 입시제도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독약이다.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나의 의견’ 원고 모집(800자-1200자): 일선 학교의 ‘어린이신문 단체 구독 논란’에 대한 의견을 받습니다. 보내실 곳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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