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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6 18:09 수정 : 2005.10.17 14:17

질문할 줄 안다는 것은 생각이 살아있다는 증거.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게 하고, 틀리거나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해선 안된다. 사진은 차오름사고력교육연구원에서 아이들이 그림을 놓고 사고력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요즘 교육의 화두는 단연 ‘사고력’이다. 학교와 학원을 가리지 않는다. 주요 대학들이 저마다 논술고사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이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 처지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독서·토론·논술학원에 아이를 맡겨놓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기왕 필요한 일이라면 집에서도 즐겁게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키울 방법은 없을까?

13년째 어린이 사고력 키우기를 연구해 온 ‘차오름사고력교육연구원’ 의 차오름 원장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생각 키우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고력 교육의 핵심을 질문할 줄 아는 아이, 주체적이며 자기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차 원장과 함께 부모가 집에서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 주는 방법을 알아보자.

아이 사고력 엄마, 아빠하기 나름
질문 터주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정답 제시보다는 다양한 상황 접목
일상생활 수준높은 어휘 바람직

아이들에게 질문을 허하라=질문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질문이 허용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있어야 하고, 그 답은 하나여야 한다’는 부모의 고정관념이다. 모든 질문에 대해 정답을 말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려야 한다. 어른으로서의 지적 권위를 버리고 아이와 친구가 돼야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하고, ‘함께 생각해 보자’, ‘함께 찾아 보자’고 말하자. 질문을 했는데 부모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사고력, 엄마의 질문으로 완성된다=질문은 생각의 문을 여는 열쇠다. 누구나 질문을 받으면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을 많이 받아 본 아이일수록 질문하는 능력이 커진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은 질문자로 끝나야 한다. 답을 가르치려고 하면 도리어 아이가 가진 생각의 불꽃을 꺼지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게 좋을까?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질문은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 준다. ‘태양은 정말 동쪽에서 떠올라서 서쪽으로 질까?’, ‘강아지가 보는 세계와 내가 보는 세계는 어떻게 다를까?’ 등이 그 예다. 여기서도 답을 중요하게 여기면 의문을 갖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진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럴까?’ 하고 의문을 갖는 것이 진정한 사고력의 바탕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이라는 질문은 아이들이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해 주는 좋은 방법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이고 가장 느린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은 무엇이고 가장 더러운 것은 무엇인가?’ 등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과연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다음은 차 원장이 직접 겪은 사례다. ‘저렇게 큰 산이 이렇게 작은 내 눈 속에 어떻게 들어올 수 있을까?’라고 묻자 한 유치원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내 눈이 마법을 부렸어요.” 아이들의 생각 주머니는 그만큼 유연하다. 따라서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생각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질문들

답보다 ‘왜 그럴까?’가 중요=아이가 문득 ‘엄마! 시내버스 바퀴는 모두 몇 개예요?’라고 묻는다면? 그냥 몇 개라고 답하지 말고, 왜 네 개인가, 왜 여섯 개인가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해 주도록 하자. 반대로 엄마가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아이가 몇 개라고 대답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니?’ 하고 다시 물어 보자. 정답 맞히기식 질문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에는 반드시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며, 이유와 근거가 타당하면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


어휘 수준을 높여라=낱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따라서 글쓰기와 사고력을 넓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언어능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수준 높은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집에서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 생활어만 사용한다. ‘밥 먹었니?’, ‘손 씻었니?’ 등이 그 예다. 추상언어나 은유적 언어 등 고급언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그런 말은 책 속에서나 쓰는 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는 가정의 언어문화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행복, 희망, 목표, 가치 등과 같은 말을 일상생활에서도 써 보자. ‘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물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정의 언어문화를 풍부하게 가꿀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부모가 영화 대사나 노랫말, 시, 소설 등에서 건진 멋진 문장을 자기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두는 것이다. 좋은 글이라고 아이한테 애써 보여 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아이는 고급언어를 즐기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

집에 이것만은 갖추자=온 몸을 비출 수 있는 전신거울, 세계지도와 지구의, 유명 화가들이 그린 명화는 아이의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집에 꼭 둬야 하는 물건들이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출발점이 된다. 자주 비춰보다 보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고, 자기가 만날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거울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함께 비춰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어릴 때 생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집에 세계지도와 지구의, 우리나라 지도를 두고, 가끔 아이들과 함께 여러 나라와 다른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자. 생각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림 옆에 자녀를 깊은 사고의 세계로 인도해 줄 수 있는 질문이나 얘깃거리를 붙여 놓으면 금상첨화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그림 옆에 쪽지글 생각이 주렁주렁

명화 가운데는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켜 주는 그림들이 많다. 거장의 생각과 느낌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림 옆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두면 아이들을 사고의 세계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의 방>=고흐는 평생 혼자 외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림에 나타난 고흐의 방은 결코 외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림 속의 방이 혼자 사는 방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을 보고 한 번 찾아 보세요.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성이란 문을 닫으면 밖에서 침입자가 들어올 수 없는 안전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 성은 몹시 불안해 보입니다.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구도 우주에 떠 있는 큰 바위입니다. 만약 어느 날 지구가 우주 속으로 떨어져 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는 것 또는 진리라고 믿는 것이 과연 진짜일까요?

김홍도의 <씨름>=그림에 나오는 사람 중 직업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누구인가요? 지금 씨름을 하는 두 선수가 꽤 오랫동안 대결하고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나요?

(자료 출처: <엄마가 키워 주는 굿모닝 초등 사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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