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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구성원들의 학교 안 사업장 ‘태봉 작업장학교’에서 박경화 교사(앞줄 맨 왼쪽)와 아이들이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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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작업장학교
학교 복도를 따라 걸으며 본 교실 풍경은 각기 달랐다. 어떤 교실은 그림으로 가득 꾸며져 있었고, 어떤 교실엔 책상이 하나도 없었다. 복도를 지나 뒷문 밖으로 나오니, 나무조각이나 헌 옷, 화분으로 가득한 마당이 있는 아담한 가게가 있었다. 경남 창원의 공립형 대안학교 태봉고에서 운영하는 작업장학교 ‘나비의 꿈’(이하 작업장학교)이다.
커피·초콜릿·공예품 등내 손으로 만든 제품 모아
학교 공간서 창업한 학생들
수익금 15% 운영비로 내기도 지금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 해보며
‘내 일 맞나’ 판단해볼 기회 열어 작업장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꾸려가는 사업장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모두 사장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학생은 카페를 운영하고, 조주사 자격증이 있는 학생은 무알코올 칵테일을 판다.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의 경우 선반장의 한 칸이 한 사업장의 진열대다. 학생뿐 아니라 재학생·졸업생의 학부모, 교사도 작업장학교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일단 해보면서 알아보자’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은 작업장학교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기회를 얻는다. 2학년 손재성군은 12년 해왔던 택견 선수 생활을 다리 부상으로 그만뒀다. 그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색소폰, 미술 상담치료 등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초콜릿에 푹 ‘꽂혔다’. 손군은 쇼콜라티에 과정을 수료한 뒤 작업장학교에서 초콜릿 브랜드 ‘까만약’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상처가 생겼을 때 ‘빨간약’(포비돈 요오드액)을 바르잖아요, 제 초콜릿을 먹고 사람들이 마음을 치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까만약’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손군은 일주일 동안 작업장학교에서 팔 초콜릿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주 일요일 학교에 와 6시간이 넘도록 초콜릿을 만든다. 그에게는 제자도 있다. 1학년 정민상군은 매주 화요일 손군에게 초콜릿을 배운다. 정군은 “잘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학교생활이 조금은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학교에 오면 매번 그냥 잤어요. 기타도 쳐보고, 커피도 배워봤는데 잘 안 맞았어요. 한 초콜릿 공방에서 재성이 형이 초콜릿을 만드는 걸 보니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의 저처럼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는 애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까 학교도 조금씩 좋아졌어요.” 작업장학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12명의 운영위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물건을 만들어 팔고, 수익금의 15%를 운영비로 낸다. 나머지 돈은 다시 원자재구입비 등 사업운영자금으로 쓴다. 주 고객은 작업장학교를 찾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다. 이 학교의 박경화 교사도 작업장학교에서 헌 청바지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과 실 팔찌 등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작업장학교를 꾸려가고 있는 박 교사는 “작업장학교는 학교와 가족 등 사회구성원들을 잇는 공동체이자 아이들이 스스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배움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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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학교 안의 상품 진열대. 작업장학교에서는 한 사업체당 한 칸의 진열대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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