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7 11:21
수정 : 2005.10.17 11:21
'엽기'코드가 한참 일 무렵 소리없이 다가와 맘껏 웃겨주었던 플래시 애니메이션 캐릭터 ‘우비소년’. 우비소년을 만든 로이비주얼의 이동우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녹천중학교 3학년들과 함께했다.
애니메이션, 어려운 문화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이동우 대표는 아이들이 잘 접하지 못한 퍼펫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퍼펫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으로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던 오페라를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은 재미뿐 아니라 이 애니메이션처럼 어려운 문화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 안에 쉽게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죠. 이 퍼펫 애니메이션이 오페라를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한 것처럼 우주를 교수가 설명하면 재미없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 설명하면 더욱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생길 것 믿어
이동우 대표는 중학교 1학년 무렵 우연히 애니메이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짝을 따라 고속터미널의 한 가게로 데리고 갔다. 다양한 일본만화와 잡지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현재 국내에서도 번역 발행되고 있지만 당시엔 볼 수 없었던 일본잡지 ‘뉴타입’을 처음 보았고, 이 잡지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그 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 등의 애니메이션과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등을 보고 그들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
“그리다 보면 ‘언젠가 무엇이 되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렸죠.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지브리나 가이낙스 같은 스튜디오가 꼭 생길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때가 되면 그런 스튜디오에서 일하겠다고 내심 결심도 했죠. 이런 생각으로 고등학교 때도 그림을 그리고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대학 진학때까지 이런 스튜디오는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 했습니다. 언젠간 꼭 생길 것이라 믿으면서요.”
애니메이션 산업 이제 청소년기 지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60년대에는 ‘홍길동전’, 70년대에는 ‘로보트태권V’로 대변된다. 70년대 ‘로보트태권V’ 이후 우리나라에 외산 애니메이션이 봇물처럼 들어왔고 인력이 많고 기술이 좋았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계는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OEM을 하기 시작했다.
10년이 넘게 해외 애니메이션을 제작만 해주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는 기술은 좋았지만 기획력이나 스토리가 부족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OEM도 중국의 문화개방으로 점차 밀려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는 90년대 들어 서서히 우리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예전 중흥기의 명예를 되찾고자 90년대 ‘아마겟돈’, ‘라젠카’, ‘해모수’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원더풀 데이즈’, ‘오세암’, ‘망치’ 등의 작품이 탄생했다.
“어릴 때 봤던 재미있었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일본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문화적 콤플렉스를 많이 느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고전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봐준다면 현재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애니메이션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의 기초가 탄탄하지 않아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더욱 길게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당장 무엇이 되지 않았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것을 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꿈을 키워나가면 자기가 원하던 것을 꼭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덧붙여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분야는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으며 실패를 볼만큼 봤다며 앞으로 정말 좋은 작품을 통해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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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콘텐츠는 다듬고 키워야 한다
-오늘 앰배서더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얘기는.
▶꿈과 희망에 대해 꼭 말하고 싶었다. 청소년기에는 꿈과 희망이 정말 중요하며 되도록이면 어릴때 좀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앞으로 나갔으면 한다. 언젠가는 꼭 될 것이라 믿으며 자신의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꼭 이루어 질 것이다.
-내년에 ‘우비소년 두 번째 시리즈가 방영된다던데.
▶아직 정확한 방영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2월, KBS2 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HDTV용으로 제작되었으며 모든 배경은 3D로 표현했다.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이 배경을 계속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앵글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세번째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두번째 시리즈가 학교생활이 중심이었다면 세번째 시리즈는 실생활과 판타지가 섞인 내용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해.
▶관객들의 낮은 인식과 자금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 우선 좋은 작품을 통해 관객을 모으고 투자를 많이 받아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선 TV 시리즈를 통해 기획이나 제작 등의 노하우를 쌓는 것은 좋다고 본다.
또 좋은 콘텐츠는 아껴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잘된다고 해서 그것을 남발해 일회성으로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중히 관리하고 다듬고 키워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고 다양한 산업에 응용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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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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