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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1:48 수정 : 2005.10.17 11:52

지난 15일 부평에 위치한 부평문화원 부평문화사랑방은 비가 오는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표정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로 국민배우라 불리는 배우 안성기를 만나기 위해서다. 배우 안성기는 어린시절 아역 배우를 시작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성인이 되어 다시 자신의 의지로 영화배우를 시작한 인물이다. 지금은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내고 있다. 그 대배우가 초등학생, 중고생을 비롯해 장성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영화라는 문화콘텐츠와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강연은 관객과의 끊임없는 문답으로 국민배우와 일반 시민들의 대화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친근한 자리였다.

우연한 기회 아역부터 출발

안성기씨가 배우가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아역배우가 전무하던 시절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즉석 캐스팅 된 것. 전쟁고아가 나오는 영화 장면에서 감독은 진짜 고아를 데려와 촬영을 했지만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때마침 자리에 있던 어린 안성기를 보고 전쟁고아역을 시키기로 했다고.

“사실 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잘했던 모양입니다. 그 뒤 어린아이가 시키는데로 잘한다고 소문이 났던지 저와 부모님 뜻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여러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고 중학교 때까지 계속하게 되었죠. 오래전 한국 영화를 보면 개구쟁이 아들 역할로 자주 출연했던 저를 볼 수 있을 겁니다(웃음).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특별히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어 영화배우의 일은 잠시 소강상태였죠.”


천직인 영화배우 일을 하지 못한 때라서 일까. 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어린시절부터 배우 일을 하느라 학교에 간 날 보다 가지 않았던 날이 더 많았던 배우는 고등학교에서 반 60명 중 50등 안에 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그동안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못한 건지 원래 내가 못하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고.

“고등학교 들어가서부터는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지만 기초가 없었던 탓에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더군요. 그래도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도서관학과라 불릴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고 3이 되어 대학을 들어갈 때 담임도 내가 대학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외국어대 베트남학과에 들어갔고 대학에서도 공부만 한 탓에 졸업할 때는 과 톱으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공부를 못해도 좋지만 그것이 안안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는 꼭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자’가 좌우명인데 그 어떤 것을 하고자 할 때 이것만 명심하면 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많이 살아왔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저도 최선을 다해 살아온 부분은 꼭 보답을 받고 있습니다.”

2년의 무명생활 20년 연기생활 도움 돼

이렇게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공부에 열중한 안성기씨는 졸업 즈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역시 배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1978년 성인이 된 후 아역배우에서 성인연기자로 다시 데뷔했다. 당시 4작품에 조연급으로 출연하면서 지냈는데 2년 정도 인정받지 못하고 무명으로 보냈다고. 그 시간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또 외국영화를 많이 볼 수 없었던 당시에 프랑스와 독일 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것들이 그 후 20년간 나의 연기생활과 나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특히 시나리오를 썼던 경험은 나에게 영화 촬영 시 감독과 촬영, 빛, 배우 등 여러 입장에서 보게 되는 마음가짐을 주었습니다.”

안성기씨에게는 이 당시 외에도 몇 번의 좌절이라고 불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왜 나에게 이런 조연 역할이 들어왔지’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고 해서 출연하긴 했지만 그 뒤부터 계속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이 들어왔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좀 예외긴 하지만 조연 역할이 많아졌죠. 꼭 주연이 아니어도 뒤에서 받쳐주고 힘을 쏟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어요. 역할은 작지만 내 존재감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 자존심 부분에서 상당히 힘든 것이지만 잘 넘어간 것 같아요. 지금 여러분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모든 작품이 내게는 소중

▶영화출연 시 어떤 것을 보고 작품을 고르나요?

-감독, 제작비 혹은 다른 출연진 이런 것보다 훨씬 우선하는 것은 바로 시나리오입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가 좋은지 나쁜지 어떤지 선택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연기력 못지않게 작품을 보는 안목도 아주 중요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이네요. 제가 출연했던 모든 작품에 큰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킬리만자로’, ‘축제’, ‘개그맨’, ‘영원한 제국’ 등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영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의미가 되는 영화는 있습니다. 대종상 신인상을 받은 ‘바람불어 좋은날’이라든지 ‘만다라’, ‘고래사냥’, ‘하얀전쟁’,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은 개인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일단 최선을 다하고 지금 맡은 본문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착하게 사는 것이 정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소년 문화를 논하기에 우리 어른들은 할말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새로운 자극과 해방감을 맛보길 원한다면 독서를 통해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독서는 다양한 장르를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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