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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3:25 수정 : 2005.10.17 13:35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하고, 찾으세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답니다.”

지난 30일, 서울 상도동에 있는 중앙대 부속 중학교 강당. 학교가 파한 시간인데도 학생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화 <유리>, <리베라 메> 등으로 유명한 양윤호 감독의 앰배서더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강연은 요즘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두는 분야이면서, 양 감독의 전문 분야인 영화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작됐다.

“일본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우리나라 영화가 무엇일까요?”

여기저기 ‘쉬리’, ‘바람의 파이터’ 등의 대답이 들렸지만 모두 오답. 정답은 “여친소(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예요”라는 양 감독의 말에 학생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해한다. 양 감독은 여친소라는 영화의 파워보다도 전지현이라는 배우이며 캐릭터의 힘이 강해서라며, 영화산업에서의 캐릭터와 상품성의 가치 그리고 각 판권이 지니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조지 루카스가 저렴한 개런티를 받고도 지금의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스타워즈>의 캐릭터 판권을 챙겨두었기 때문이라는 실례들도 곁들여졌다.


이어 영화계 평균제작비부터 시작해 마케팅의 중요성, 최근 유행하는 현장 편집기술에 이르기까지 영화계 구석구석에 대한 그의 차근한 설명이 이어졌다.

양 감독은 특히 학생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영화판’이나 ‘직업적 환상’은 현실과 다르다며 영화계 일꾼 누구나 타고나는 ‘예술성’ 이전에 ‘성실성’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영화계쪽 일이란 자유로우면서도 한편은 공동작업이라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스스로 ‘자율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번 강연에서 특별히 황우석 교수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거듭 들려줬다. 요즘 국내외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황 교수의 얘기로 ‘마인드 콘트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황우석 교수가 어느 날, 연구를 그만두겠다는 연구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어서 그만두겠다는 연구원에게 황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재능이 없다는 말은 하지마라. 성실하지 못해서 그만둔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재능없다는 말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여러분들이 지금 꿈꾸는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꿈을 꾸면서 동시에 누구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게 되죠. 내가 과연 영화배우를 할 수 있을까. 영화감독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하기 힘든 몇가지의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될 수 있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의심하는 시간을 버려야 해요.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일분일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청소년기가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인 황 교수가 당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서울대 법대를 고사하고 서울대 농대, 그중에서도 축산대를 선택했던 일에 대해 말하며 사람들이 갖는 기준과 세상의 시선에 갇히기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와 의대에 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나 때도 영화감독이란 건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고, 절대로 출세할 수 없는 직업으로 생각됐죠. 하지만 세상은 변합니다. 어른들도, 그 누구도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과연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면 한 가지를 생각하세요. ‘정답은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만이 방법입니다. 물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운이겠죠. 그러니 계속 생각해보세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 뭘까 하고.”

양 감독은 얼마 전 만난 배우 조안의 얘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조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은 연기를 하다 죽겠노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젊은 배우가 자꾸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재미있어요. 그건 자기 몸 속 세포가 그 말들을 알아들어서라고 해요. 자신의 의지를 말로 표현하므로써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바뀌어간다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연기를 하다 죽을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여러분, 사람은 뜻대로 살기 위해 물론 열심히 생활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야 하죠. 그 운은 바로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행여 우울한 노래, 슬픈 생각, 안 좋은 말들을 하지 마세요. 불행한 생각은 운이 도망가게 만드니까요. 긍정적인 생각, 밝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세요.”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죠” - 양윤호 감독

- 강의는 잘 된 것 같은가

"쑥스럽다.(웃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듯싶다. 나도 모교(동국대학교)에서 한 2년간, 영상원에서도 한 학기 정도 학생들을 가르쳐봤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 요즘 청소년들을 대하며 안타까웠던 개인적 소감이 강의에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나도 중학생 딸아이와 초등학생 아들아이를 두고 있는 평범한 부모의 입장으로 아이들이 방황하는 것을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나도 어린 시절 그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주도 촌놈’이 재수를 시작하더니 덜컥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했을 때, 우리 집안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었고 반대도 정말 심했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에 덕분에 즐겁게 살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가는 시기로서의 청소년기란 너무나 소중하다. 아이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아내서 그것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새영화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영화 준비작업으로 정신없다. 사실은 지금도 회의중에 말없이 나와서 스탭들 모두 궁금해하고 있을 거다.(웃음) <홀리데이>는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강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개인의 모습을 통해 한편으로는 밝고 또 한편으로는 어두운 시절이었던 1988년의 빛과 그늘을 그리고 싶다. 6월초에 크랭크인 해 내년초쯤 개봉될 예정이다."

- 데뷔 이후 지금껏 편식없이 여러 장르의 영화들을 대해온 편이다. 앞으로의 ‘양윤호 영화’는 어떤 색깔을 낼까

"영화만큼은 내 마음대로 찍고 싶었고, 그렇게 해온 것 같다. 이제껏 장르를 오가며 여러 가지를 해본 것들이 분명 도움이 됐다. 데뷔작인 <유리>와 같은 '아트'는 나이 들면 하자고 생각했고, 이후로는 재미있는 영화들을 찍고 싶어 그렇게 해왔다.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지금의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아마도 <리베라 메>에 이르러 그것을 찾은 것 같다."

필모그래피

1992년 단편 영화 <가변차선> 감독

1996년 영화 <유리> 각본·감독(칸느 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

1997년 영화 <미스터 콘돔> 감독

1998년 영화 <짱> 감독

1998년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 감독

2000년 영화 <리베라 메> 감독

2002년 영화 <바람의 파이터> 감독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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