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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영어독서 등 실질적으로 영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청소년 독서모임 학생들의 사진으로 기사와는 관련이 없다. 김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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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서 독서법
“영어 절대평가 때문이에요. 이럴수록 대학은 진짜 영어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중론이에요. 대학별 고사나 수시에서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을 뒀다는 학부모 김명혜(49)씨가 말했다. 지난 7일 강남의 한 영어원서 전문 서점을 막 나선 김씨의 팔에는 손가락 한 마디 두께의 영어 원서 두 권이 들려 있었다. 교과서나 이비에스(EBS) 교재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긴 글을 영어로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마음에서다. 김씨의 딸은 친구들과 함께 영어독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두달에 한 권씩 영어 원서를 읽는 연습을 한다. 정부가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며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를 9등급 절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현장의 고민은 더 커졌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 계기로‘진짜 영어실력 키우는 법’ 주목 대학별 고사 등 대비 돕고
다양한 주제의 지문에 걸맞은
‘영어 원서 읽기’ 바람 불어
자기 독서습관 잘 살펴 시작하면
효과도 빠르고 재미도 있어 영어 실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대안이 나오게 될지 막막해지니 대학별 고사에서 다양한 영어 지문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독해 문제집의 지문 길이나 구성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운 수준의 평가일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영어독서가 새로운 영어 학습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추세다. 이비에스에서 <영어 원서 읽기>시리즈를 진행했던 강사 김경선씨도 “영어독서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영단어에 연결된 단어의 단순한 뜻보다, 문맥 안에서 단어의 쓰임 등 실제 활용되는 언어로서의 영어 실력을 묻는 방향으로 수능을 비롯해 영어 시험의 출제 경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보는 독해집의 경우 대부분 독해와 문제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글감인 경우가 많고, 대체로 지문이 짧아요. 수능이 변별력이 떨어질 정도로 쉽게 나온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어도 글 자체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 문제를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수록 영어 자체는 물론이고 영어로 쓰인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죠. 영어 기술력이냐 영어 문해력이냐의 문제예요.” 애초 정부가 계획했던 학습 부담 경감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영어독서가 영어 실력 향상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영어로 된 책을 읽기 시작하자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 대략 줄거리 파악 가능한 책으로 시작 영어독서도 기본적으로 책읽기다.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관심 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자신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재미있는 책’을 고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유행했을 때, ‘해리 포터’ 영어원서 시리즈도 덩달아 잘 팔렸다. 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어 원서들 가운데에서도 아주 어려운 편에 속한다. 김 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죽 훑었을 때, 자세한 내용은 아니더라도 줄거리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면 읽어도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지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길이와 난이도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이 없어요. 영어독서를 처음 시작하는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부담이 커 싫증을 낼 수 있어요. 공부한다는 마음보다는 책을 읽고 즐긴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죠. 쉽고 짧은 책부터 읽어나가면서 읽은 책 수를 늘려나가면 보람도 있고 재미도 붙어요.” 수업시간을 쪼개 학생들에게 영어독서 시간을 주는 경기 의정부 경민고의 신재철 교사는 “첫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를 넘으면 어려운 책이니 그런 책은 피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라는 팁을 전했다. ■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성격대로 하라 원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하는 필연적 고민이다. 어떤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넘어가지 못하고, 어떤 학생들은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며 그대로 읽어 나간다. 전자는 영어독서를 편안하게 여기지 못하는 것이고, 후자는 단어 학습을 제대로 하려 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김 강사는 “성격대로 하라”고 조언했다. “독서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이 불편하면, 그 자리에서 그냥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다만 절대로 찾은 단어의 뜻을 책 위에 쓰지는 말라고 권합니다. 한번 찾은 단어를 잊는다 해도 다음에 한 번 더 읽을 때 뜻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문맥 파악을 잘해서 단어를 잘 찾지 않는 학생들에겐 모르는 단어에 밑줄만 쳐 뒀다가, 다 읽고 나서 단어를 찾아보라고 하죠. 자신이 추론했던 뜻과 맞는지 살펴야 하니까요. 추론이 맞으면 영어독서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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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도 지역 어린이영어도서관 등을 이용해 영어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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