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17 19:36
수정 : 2015.12.17 23:00
대학 정원감축 빌미 구조조정
교육부 “전교조는 노조 아님”
시국선언 교직원엔 징계와 처벌
“학교에 교육이 없다. 비판적 의견을 모으지 못하니 유령 같은 패배주의만 감돈다. 수치스럽다.”
어느 국립대 교수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 현장에선 교사부터 교수, 심지어 총장에 이르기까지 ‘존재’를 뒤흔드는 교육부의 압박으로 “학교의 민주주의가 고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정권의 일방통행을 비판하는 이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교육 현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2013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고, 지난 15일엔 국립대 총장임용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올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게는 ‘징계’와 ‘형사처벌’로 대응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기회가 날 때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설립과 총장 직선제, 교육감 직선제 도입 등 우리 사회 민주화의 대표적인 성과들을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김일곤 국공립대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대학은 자율성으로 운영하라는 게 헌법 정신인데 국립대학은 어느새 교육부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정부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교원노조인 전교조를 적으로 보고 배제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함한 교육과정 개정에서도 비판적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고 교육적 논의는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대한 교수사회의 분노는 어느 때보다 들끓고 있다. <교수신문>이 지난달 대학교수 118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는 국립대 총장 간선제가 직선제의 적합한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2.5%는 “교육부 개혁이 대학 구조개혁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9월18일 열린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 때는 드물게 교수 1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문대학 등의 학과 통폐합을 부추기는 ‘대학 구조개혁평가’도 대학의 공공성과 민주적 학문 풍토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 고등교육의 파괴가 본격화됐다”고 진단한다. 이명박 정부 때 재정 지원을 수단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데 그쳤다면, 박근혜 정부 들어선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강제적인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대학가의 반응이다. 노 교수는 “자본의 기업 지배에 관료적 억압이 중첩되어 매우 파괴적인 구조조정이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학에 심각한 갈등과 파행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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