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통보-집결 모두 비밀, 33일 `감금' 생활 돌입 외부연락 불가, 쓰레기도 반출 못해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들이 33일 간의 '감금' 생활에 들어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정강정)은 22일 모처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극도의 보안 속에서 수능 출제본부 개소식을 열었다. 출제위원단은 교사, 교수 등 출제위원 292명, 검토위원 181명, 경찰ㆍ보안요원 등 지원인력 180명 등 모두 65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수능시험이 끝나는 11월 23일 오후까지 담장이 둘러쳐진 건물에 격리된채 생활을 하게 된다. 보안 유지를 위해 출제위원단 구성은 선정부터 통보, 집결 과정까지 마치 한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평가원은 4천여명의 인력 풀(pool)에서 자격, 능력 등 검증을 거쳐 출제위원 292명을 선정했다. 문제지, 참고서 등을 발간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은 출제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배제됐다. 평가원 관계자들은 밀봉된 공문을 갖고 출제위원이 소속된 해당 학교장이나 총장을 직접 찾아가 선정 사실을 알린 뒤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받았다.이 과정에서 출제위원 선정 사실 자체가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출제위원은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다음날 곧바로 평가원이 정해준 장소에 모여 버스를 타고 출제본부에 집결했다. 모든 일을 출제본부 내에서 자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줄 식당요원은 물론 전기기술자, 문제 편집 요원, 녹음테이프 제작 요원, 외곽을 지킬 보안요원, 경찰 등 지원인력 규모만 180명에 달한다. 외출은 꿈도 꿀 수 없고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전화, 인터넷, 우편, 팩시밀리 등도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쓰레기도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외부로 반출하지 못한다. 출제위원 존비속이 상을 당한 경우에만 경찰과 보안요원을 대동한 채 간단히 예를 올린 뒤 되돌아오도록 규정돼 있다. 출제위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의료진이 함께 합숙에 들어가고 러닝머신 등 운동기구와 소규모 트랙 등이 갖춰진 체력단련실도 마련됐다. 국내에서 출간된 거의 모든 종류의 교과서, 참고서, 문제지 등을 모아놓은 웬만한 도서실 크기의 자료실도 들어섰다. 출제기간에는 음주 자체가 금기사항이지만 출제를 마치고 문제를 인쇄부에 넘긴뒤에는 약간의 음주는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 남명호 수능연구관리처장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수능시험 출제와 관리가 이뤄진다"며 "지금부터 무사히 수능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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