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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3 17:43 수정 : 2005.10.23 18:29

집안일을 하느라 장난감을 베이비시터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면서 주방기구들을 이것저것 만지고 두드리고 냄새 맡게 하는 것이 아이에겐 더 좋은 놀이다. 모든 사물은 아이의 장난감이 될 수 있다. <한겨레>자료사진

좋아해서…사달라고 졸라서… 사준 경찰차 소방차 트럭 몇개인가 눈 딱감고 모조리 없애봅시다 몸으로 일상용품으로 놀다보면 아이 창의력 쑤~욱 돋아날테니


표지이야기

집 안에 있는 장난감을 모조리 치운다고 상상해 보자. 어쩐지 불안해지는 것은 아이인가, 부모인가. 지난해 3~4월 총 5주에 걸쳐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중앙대 아동복지학과 이숙희 교수는 말한다. “장난감 없이 노는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처음엔 놀라고 당황하지만, 곧 상상하며 노는 법을 터득한다. 주변 사물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린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는 “아이들은 다양한 상징을 스스로 창조하면서 노는 능력을 타고 난다”고 말한다. 크래다 놀이학교 조은희 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대부분의 장난감은 아이들의 의사소통을 단절시키고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에 장애가 된다. 아이를 장난감에서 해방시키자!” 세계적인 장난감 수입국인 한국 부모들은 ‘장난감 의존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이가 장난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상상력 넘치는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 즐기기를 바란다면, 먼저 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은 ‘수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자동차 수집을 좋아해요”라는 말은 틀린 것이다.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 자동차를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아이의 취향과 관심을 존중한다’라는 이유로, 혹은 ‘울면서 떼를 쓰는 것이 보기 싫어서’ 부모가 사 모았을 뿐이다. 아이들은 오히려 한 가지 사물에 관심을 갖고 요모조모 관찰하며 같은 장난감으로 새롭게 노는 방법을 생각해 내길 좋아한다. 장난감 자동차가 있다면, 처음엔 바퀴를 굴리며 놀다가 다른 사물들을 동원해 한 줄로 늘어놓아보기도 하고, 자동차 위에 인형을 태워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놀이를 즐긴다. 아이가 한 가지 장난감에 집착하는 것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단, 시간이 흘러도 같은 장난감으로 같은 놀이만 한다면 부모가 다른 방식으로 놀도록 유도하면서 아이의 관심 영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장난감은 다양한 사물의 모조품이다= 아이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세 방해를 받기 마련이다. 부모가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아이가 한참동안 혼자 논다고 해서 마냥 기특해할 일도 아니다. 자기 세계에 갖혀 있거나, 부모에게 함께 놀기를 매번 거절당해 아예 포기한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옷장 속의 옷, 냉장고 속 야채들, 주방의 수저며 식기는 훌륭한 장난감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면서 이것저것 만지고 두드리고 냄새 맡게 하자. 대부분의 장난감은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의 모조품이다. 굳이 ‘가짜’를 사주기 보다 ‘진짜’ 사물을 장난감 삼아 놀게 하자고 마음 먹으면 집 안에 쌓인 장난감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장난감으로 ‘진도’나가지 말라= 나이별 발달단계에 따라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아이가 잡고 일어서거나 걸으면서 무언가 밀고 다니기를 좋아할 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의자’다. 대근육과 소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최신 유행 교구나 장난감을 사들일 필요는 없다. 영어나 한글 깨치기에 도움을 준다는 장난감을 잔뜩 사주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실망할 이유도 없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장난감을 섭렵하게 하면서 ‘진도 나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타인과 관계 맺는 법도 터득한다. 장난감은 놀이를 위한 도구일 뿐, 놀이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무엇을 가지고 노는가’보다 ‘어떻게 노는가’가 더 중요하다.

제일 좋은 장난감은 ‘몸’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아이의 장난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히면, 주변 사물들이 달리 보인다. 거울에 비친 얼굴과 냄비 바닥에 비친 얼굴은 어떻게 다른가, 나무 옆에 서 있으면 무슨 냄새가 날까, 세숫대야에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두드리면 왜 소리가 점점 달라질까…. 아이와 함께 이것저것 탐색하다 보면, 모든 놀이가 아이의 오감, 즉 ‘몸’으로 통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몸은 가장 좋은 장난감이다. 다른 이와 몸을 부딪히며 노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다. 한꺼번에 많이 놀아주기 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조금씩 아이와 ‘몸으로 노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아이가 또래 친구와 어울려 놀 때에도 각자 들고 온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보다 아이들끼리 규칙을 정해 몸을 움직이며 놀도록 권해보자.

당신은 ‘장난감 중독 부모’인가
과일·쿠션·냄비뚜껑·이불…
집안 모든 걸 놀잇감으로

#1. 싱싱한 채소로 도장 찍기

여러 가지 야채와 과일, 다양한 재질의 종이, 칼, 물감, 일회용 접시, 대야, 수건을 준비한 뒤, 준비된 야채와 과일을 아이와 함께 관찰하고 반으로 잘라본다. 아이가 좋아하는 색상의 물감을 접시에 묽지 않은 농도로 풀어 준비한다. 반으로 자른 야채와 과일을 물감에 찍어 다양한 재질의 종이에 찍어본다. 색을 바꾸고 싶을 때는 물을 담은 대야에 야채나 과일을 씻어 낸 뒤 수건으로 닦고 다른 색 물감을 묻혀 사용한다. 일상생활 속의 재료를 가지고 색상과 형태를 탐구하는 놀이다.

#2. 푹신푹신 쿠션놀이

쿠션이나 베개, 혹은 방석을 준비한다. 푹신한 쿠션을 공처럼 위로도 올렸다가 받게 해보고, 바닥에 굴려도 보고, 부모와 아이가 서로 주고받기도 해본다. 샌드백처럼 힘껏 두들겨 보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아이가 쿠션 위에 배를 대고 등이 거북이 모양이 되게 한 채 중심을 잡게 해준다. 쿠션을 이리저리 움직여주면 재미있어 한다. 신체 협응력과 협동성을 길러 준다.

#3. 쿵짝쿵짝 박자놀이

리듬 악기나 냄비 뚜껑 등을 준비한다. 부모가 일정한 박자로 리듬 악기를 치면서, 아이에게 악기 소리에 맞추어 박수를 쳐보게 한다. 발을 굴러 보게도 한다. 박자 맞추기에 익숙해지면 발 구르기, 손뼉 치기 등 순서대로 해보게도 한다. 부모와 아이가 역할을 바꾸어서도 해본다. 처음에는 리듬 악기를 천천히 쳐보다가 아이가 박자에 익숙해지면 점점 속도를 빨리 해본다. 박자 감각을 익히게 해주고 손근육을 발달 시켜준다.

#4. 쭉쭉~스타킹 줄다리기

길다란 헌 스타킹을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와 스타킹의 양끝을 잡고 ‘영차영차’ 박자에 맞춰 줄다리기를 한다. 힘의 세기를 달리해서 스타킹을 잡아당겼다 놓아주면 아이는 스타킹의 늘어나고 줄어드는 성질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엄마의 허리에 스타킹을 매고서 고리잡기 놀이를 해보아도 재미있다.

도움말: 조은희/ 크래다 놀이학교 원장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도움말 이숙희 교수(중앙대 아동복지학과), 서천석 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조은희 원장(크래다 놀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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