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3 18:32
수정 : 2005.10.23 18:32
나의 의견
2학기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시험이 부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력신장방안’의 하나로 초등학교에도 일제고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험을 둘러싼 학부모와 학교당국의 견해를 들어본다.
성취도 평가 피드백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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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호/서울 숭례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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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올해 서울교육을 강타한 핵심 단어는 ‘학력 신장’과 ‘학업성취도 평가’일 것이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말이 회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교육 환경, 교수·학습 지도, 교육 평가의 세 과정이 트라이앵글시스템으로 투입, 산출, 환류(피드백)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실은 정책적으로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노력에 힘써 왔으나, 학생들의 국가 수준의 교육 목표 성취 정도를 정확히 알아보는 평가에는 소홀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서열화를 목적으로 하는 과거의 일제고사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수준을 바르게 평가해, 그 결과를 수업방법 개선의 피드백 자료로 활용하고,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학업성취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올해 3월 중순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1학기에는 4~6학년 국어, 수학을 1회, 2학기에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을 1회씩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평가 뒤 각 가정에 학생의 학업 성취수준을 4단계로 제시한 통지표로 배부했다. 통지표 배부 뒤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부모의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학부모의 93%가 학생의 학업성취수준을 알아보는 데 전보다 더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성취도 평정을 4단계로 실시한 것, 평가 문항이 서술형 중심으로 출제된 것에 대한 만족도도 같은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그동안 초등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육이 학부모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지 반성해 볼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학업성취 수준을 학교에서 정확하게 평가해 알려 주지 못한 것도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돼야 한다. 다양한 평가 방법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해 학생의 목표 도달도를 확인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이야말로 학부모로부터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형호/서울 숭례초등학교 교장
성적 줄세우기 부추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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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웅/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언론정보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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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요즘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인터넷으로 답을 찾아보게 하거나 알만한 사람에게 전화로 답을 묻게 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고 있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거의 모든 사실이 누리망에 담겨 있으니 이제 정작 필요한 일은 그 넓은 바다 어디에 믿을 만한 특정 사실이 있는지 찾아내는 능력인 것이며,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이나 문제를 창의적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힘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음에도 아직 ‘단순암기’와 ‘찍기 능력’을 고집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서울시교육청이다. ‘학력신장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는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못해 절망감이 든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은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며 문항 유형까지 개발해 일선 학교에 배포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대응은 당국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초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하는 문제지 발행회사의 주가가 치솟는가 하면 동네 골목까지 보습학원이 들어서고 있다. ‘학력사회’라는 이 땅의 잘못된 문화는 그 어떤 진정한 의도조차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고자 하는 책임자만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라는 것이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시험지에 옮기는 일로는 키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일상의 여러 가지 활동 중에 생긴 일을 풀어가면서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협력을 통해서라야 참다운 문제해결력은 키워지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만 높이는 공부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체험, 생각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진정으로 머리와 가슴이 꽉 차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은 성적 지상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큰 일제고사 실시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송환웅/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언론정보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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