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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3 18:39 수정 : 2005.10.25 11:12

소풍의 진화, 현장 돌아보며 체험 찰칵

박물관·문화유적지·테마공원으로… 자유만끽 ‘셀레는 날’ 기쁨은 여전 수박 겉핥기식 단체순례 되면 곤란


요즘 학교에선

장기 자랑, 보물 찾기, 사진 찍기, 도시락 까먹기…. ‘소풍’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절로 떠오르는 계절이다. 마침 학교들마다 이곳 저곳으로 소풍을 간다. 그런 자녀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덩달아 신난다.

하지만 전교생이 함께 모여서 가는 모습은 더 이상 구경하기 힘들다. 길 옆에 한줄로 죽 수백미터씩 늘어서 하양, 분홍, 보라 코스모스를 보면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가는 장면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요즘 소풍은 학년 단위나 학급 단위로 간다. 가는 곳도 예전처럼 산이나 들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박물관이나, 문화 유적지, 테마 공원 등 주제가 있는 장소를 찾는다. 뭔가를 만들어보거나 농작물을 수확하는 체험형 소풍도 많다. 아이들 사이에 ‘소풍’이라는 말 대신 ‘현장체험학습’으로 더 많이 불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천 청계초등학교의 경우, 2학년은 수확의 계절에 맞게 고구마 캐기, 조롱박 공예 실습, 바나나 보트 타기, 동물 관찰 등을 내걸고 인근 테마공원을 다녀왔다. 6학년들은 양재천을 찾아 자연 생태계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주에 갈 예정인 3학년은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한 현장학습 차원에서 민속촌으로 장소를 정해 놓은 상태이고, 5학년은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과 역사재인식을 위해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떠날 예정이다.

소풍의 진화, 현장 돌아보며 체험 찰칵
소풍이든 현장체험학습이든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 자체로 즐겁다. 공식적으로 ‘자유로움’을 허용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김채연(12·초등6)양은 “수업을 안한다고 생각하니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학교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학원에 안가는 것도 소풍날의 기쁨이다. 노래 자랑이나 보물 찾기 등의 전통적인 소풍의 이벤트는 사라졌지만, 김밥이나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서울대공원으로 소풍 온 박지훈(14·중2)군은 “도시락 맛도 기가 막히게 좋고, 매점에서 사먹는 햄버거나 삼각김밥도 비할 데 없이 맛있다”며 ‘먹는 소풍’의 즐거움을 전했다. ‘디지털 세대’답게 손전화, 엠피3, 디카 등 디지털 기기를 맘껏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소풍의 또 다른 맛이다.

달라진 소풍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두 자녀를 둔 김옥희(42)씨는 “딸 아이가 유익한 체험을 하고 집에 와 이것저것 아는 척해 대견스러웠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이정순(45)씨도 “평소 데려가고 싶었으나 거리가 멀어서 망설여졌던 유적지를 소풍 형식을 빌어 다녀와서 맘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터져 나온다. 현장체험을 간다고 해놓고 몇시간 버스 타고 가서 1~2시간 잠깐 체험에 참여한 뒤 돌아오거나, 아이들 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어려운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체험형 소풍에 대한 불만이다. 아이들과 충분히 상의 없이 학교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도 달라진 소풍의 흥미를 반감시킨다. 과천에 사는 김은영(42)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배우게 하는 게 중요한데, 형식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는 모양새가 많다”며 “아이들과 교사가 충분히 협의를 해서 간다면 정말 후회없는 소풍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사진 이정매/학교 모니터 jmlee0704@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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