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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4 20:35 수정 : 2016.04.04 20:35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둘째 아이가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라는 주제의 책을 원해서 사줬던 적이 있다. 초등 3학년 때 친구와의 관계를 막 고민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 책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조금씩 더 무난한 친구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친구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이번 3월도 첫 1, 2주는 학급 내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생긴 예민함과 불편함을 집에 와서 사정없이 쏟아냈다.

새 학년이 되고 한 달이 지난 교실 속 아이들의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서로 서먹해하며 조심스러웠던 태도가 사라지고 격의 없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느껴져 짠하기도 하다. 자신이 속할 무리를 잘 찾아 안정감을 얻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느 무리에도 끼지 못해서 또는 어정쩡하게 무리에 걸쳐 있으면서 불안해하는 아이들도 많다.

3월 한 달 동안 학급에서 좀 센 무리에 끼어 지내는 과정에서 버거움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신과는 성격이 잘 안 맞고 걔네가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고, 좀 만만하게 대한다면서도 그 무리에서 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얘네랑 노는 게 더 재미있고 좋아요. 그리고 다른 애들이 절 만만하게 대하면 저를 위해서 뭐라 해주는 것도 좋고요. 얘네랑 다니게 되니까 다른 애들도 저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고.”

한번 형성된 무리가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다. 보통 1학기 중후반부터 2학기 초까지 변화를 거치며 재편성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해 친구 무리는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새 친구 때문에 자신이 도리어 무리에서 소외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생겨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우리끼리’라는 응집력이 강해지는 만큼 무리 바깥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집단따돌림이나 괴롭힘에도 쉽게 동참하게 된다. 자신들의 결속을 위해 외부 타깃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 맞는 친구들이 없는 학교생활은 아이의 기를 꺾어버리고 더할 수 없는 괴로움을 안겨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이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길 바라고, 적어도 인기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인기가 많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위 사례처럼 ‘센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활발하기도 하고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아무래도 이런 아이들은 학급에서 전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를 상대로 두고 다른 행동이나 의견을 낸다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리 안에서 주도권을 가진 아이와 갈등이 생기게 되면 다른 아이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절친에게 더 큰 상처를 받았다는 아이들이 꽤 있다.

아이들이 선망하는 것은 ‘활발하고, 재미있고, 인기가 많은’ 아이들이지만, 실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면 좀 다른 캐릭터를 말하는 걸 많이 보게 된다. ‘착하고, 나를 이해해주고,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내 아이가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인기가 있어 보이는 아이들한테만 눈이 향해 있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엊그제인가 상담을 하고 간 아이가 한 말이 있다. 자신이 예전에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해서 자존감이 형편없었는데, 어느 날 같이 살고 있던 친척 언니가 “○○이 참 예쁘게 생겼구나” 하는 말을 해주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나한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힘이 되었다고 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부터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전하자. 이렇게 마음이 든든하게 채워져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을 도울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 이면에는 자신이 거부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다. 센 것처럼 보이지만 약하다는 증거다. 정말로 편안하고 자신 있는 아이들은 상대를 공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다른 뭔가를 아이에게 채워 넣는 게 답은 아니다. 아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확인해주고 받아주면 된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다 옳은 것이라고 느끼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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