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둘째 아이가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라는 주제의 책을 원해서 사줬던 적이 있다. 초등 3학년 때 친구와의 관계를 막 고민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 책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조금씩 더 무난한 친구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친구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이번 3월도 첫 1, 2주는 학급 내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생긴 예민함과 불편함을 집에 와서 사정없이 쏟아냈다. 새 학년이 되고 한 달이 지난 교실 속 아이들의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서로 서먹해하며 조심스러웠던 태도가 사라지고 격의 없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느껴져 짠하기도 하다. 자신이 속할 무리를 잘 찾아 안정감을 얻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느 무리에도 끼지 못해서 또는 어정쩡하게 무리에 걸쳐 있으면서 불안해하는 아이들도 많다. 3월 한 달 동안 학급에서 좀 센 무리에 끼어 지내는 과정에서 버거움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신과는 성격이 잘 안 맞고 걔네가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고, 좀 만만하게 대한다면서도 그 무리에서 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얘네랑 노는 게 더 재미있고 좋아요. 그리고 다른 애들이 절 만만하게 대하면 저를 위해서 뭐라 해주는 것도 좋고요. 얘네랑 다니게 되니까 다른 애들도 저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고.” 한번 형성된 무리가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다. 보통 1학기 중후반부터 2학기 초까지 변화를 거치며 재편성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해 친구 무리는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새 친구 때문에 자신이 도리어 무리에서 소외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생겨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우리끼리’라는 응집력이 강해지는 만큼 무리 바깥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집단따돌림이나 괴롭힘에도 쉽게 동참하게 된다. 자신들의 결속을 위해 외부 타깃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 맞는 친구들이 없는 학교생활은 아이의 기를 꺾어버리고 더할 수 없는 괴로움을 안겨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이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길 바라고, 적어도 인기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인기가 많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위 사례처럼 ‘센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활발하기도 하고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아무래도 이런 아이들은 학급에서 전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를 상대로 두고 다른 행동이나 의견을 낸다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리 안에서 주도권을 가진 아이와 갈등이 생기게 되면 다른 아이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절친에게 더 큰 상처를 받았다는 아이들이 꽤 있다. 아이들이 선망하는 것은 ‘활발하고, 재미있고, 인기가 많은’ 아이들이지만, 실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면 좀 다른 캐릭터를 말하는 걸 많이 보게 된다. ‘착하고, 나를 이해해주고,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