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건국대 사학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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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미국 엘에이(LA) 퍼시픽스테이츠대학(PSU) 총장에 취임한 당시 김진규 건국대 총장(왼쪽·사기 혐의로 구속 복역중)의 축하행사에 참여한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2013년 교육부는 이사회 의결도 및 교육부 허가도 없이 퍼시픽스테이츠대학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김 총장을 퍼시픽스테이츠대학 총장으로 임명 및 파견하여 급여 8400여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했다며 이사장에 대해 경고하고 급여 회수를 명령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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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항소심서
“사학비리 가장 나쁜 범죄” 증언
7월1일 2심 선고 앞둔 김 이사장
법정 증언 교직원 보복 징계 논란 학교소유 펜트하우스 무단 거주
학교돈 2억원 딸 채무 변제 의혹
4년간 정관계 인사 300명과 골프
학생들 “알바해서 등록금 냈더니
이사장은 수십억 횡령 말이 되나” “인류역사상 가장 나쁜 범죄가 배고픈 사람 밥 뺏어 먹는 거, 공부하는 사람 교육비 뺏어 먹는 거, 아픈 사람 약 뺏어 먹는 거입니다. (건국대 사학비리가) 그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살려면 공익제보해야 된다고 생각해 제보를 했던 겁니다.” 지난 3월2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403호 법정. 업무상 횡령·배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건국대학교 김경희(67) 이사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 쪽 증인으로 나온 김홍신(70) 전 의원은 사학비리를 가장 나쁜 범죄 중 하나로 꼽았다. 소설가로 더 유명한 그는 2010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학교법인 건국대 이사를 지냈다. 16일 저녁,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은 “이사로 재직할 때 보았던 김경희 이사장의 비리에 대해서 증언을 한 것이다. 그때 겪었던 일들과 수원대 등 다른 대학의 사례를 보태 사학비리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그 소설에 모든 것을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국문과 출신으로 김 이사장의 추천을 통해 이사가 된 그가 건국대 비리를 폭로하고 ‘사학비리의 저격수’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비를 가리는 일이 귀찮을 법도 한 황혼의 나이에 되레 부조리를 고발하겠다고 나선 노작가는 대체 그 사이 무슨 비리를 지켜본 것일까? 2004년에도 횡령죄로 벌금형 받아 지난해 12월, 학교법인의 재산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김 이사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하현국)는 “오랜 기간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적법하게 자금을 집행해야 함에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김 이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2007년 8월부터 4년여간 9차례 해외출장비와 판공비 3억6000여만원을 개인 여행 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와 학교 소유 펜트하우스에 법인 자금 약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2007년 5월부터 5년여간 주거 공간으로 활용(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한 혐의로 2014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 이사장이 학교 돈을 유용한 횡령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2002년 3월 학교법인 소유 교육용 부동산 매각 대금 등 35억5000만원을 교육부가 지정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바 있다. 2004년 11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치중)는 김 이사장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분은 학교의 최고 책임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요.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거 같아요. 학생들을 두려워했다면 몇 십억원을 횡령 및 배임할 수 있겠어요. 결과적으로 학교를 배움터로 생각하는 학생들을 우롱한 거죠.” 2012년에 건국대에 입학한 ㅅ씨(24)는 김 이사장에 대해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8월, 한 학기를 남겨두고 집안 형편으로 고민 끝에 휴학을 했다는 ㅅ씨는 현재 일주일에 3일을 영어학원에서 수업조교로 일한다. 아침 6시에 출근해 늦을 때는 오후 5시까지 강의 자료를 프린트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서 받는 돈은 65만원 남짓이다. 책 값 등 다음 학기 생활비를 모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은 고3 영어 과외도 한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50만원을 모은다. “저는 서울 이모집에서 지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에요. 학교 민자기숙사에서 지내는 동기들 보면 생활비가 더 들죠.” 민자로 지어진 건국대 기숙사비는 학교 앞에 있는 원룸보다 더 비싸다. 실제 지난 2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연세대 에스케이(SK)국제학사의 기숙사비는 한 학기(4개월)당 약 264만원, 고려대 프런티어관은 232만원, 건국대 쿨하우스는 219만원으로 주변 원룸 월세 시세와 비교했을 때 각각 33만4000원, 32만원, 31만원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ㅅ씨가 김 이사장과 학교에 특히 분노하는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학생들에게는 비싸게 기숙사비를 받으면서 이사장은 학교 소유 펜트하우스에 5년 동안 공짜로 살아 10억여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학생 등록금을 자기가 번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 돈이면 1년에 대략 250명의 학생들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잖아요.” 2007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김 이사장이 학교 재산인 서울 자양동 더샵스타시티의 펜트하우스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2013년 건국대에 대한 교육부 회계감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교육부는 “이사회 의결 없이 수익용 기본재산인 ‘스타시티’의 펜트하우스(99평형, 244㎡)를 ○○○ 이사장이 5년8개월간 임의로 사용하게 하여 6억3900만원의 임대료 손실이 발생하였고, 관리비 8000여만원 및 수익용으로 활용하지 않아 추징된 부가세 1억2600여만원 또한 법인회계에서 납부”한 점을 적발해 김 이사장을 임원승인취소 처분하고 이듬해 1월, 검찰에 고발 및 수사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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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이사장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정관계 출신 고위인사들을 석좌교수로 채용해 자신의 인맥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1년 3월 건국대는 윤형섭 전 교육부 장관과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 등 3명을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왼쪽부터 김진규 총장, 정길생 원장, 김 이사장, 윤형섭 전 장관, 김성호 전 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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