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21 14:19
수정 : 2016.06.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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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쪽의 강제 수거로 텅 빈 교지 배포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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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84호, 고대영·박노황 ‘불공정 보도’ 등 비판글 싣자
학교쪽 주말동안 강제수거…학내 언론 자유·재산권 침해 논란
교지 편집장 “동문회가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외대가 보수 성향의 동문 선배 언론인 비판 기사를 실은 대학 교지를 강제 수거했다. 이 과정에서 학내 언론자유가 크게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지편집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년에 네 차례 발행하는 학내 교지 ‘<외대> 84호’(이하 교지)를 지난 주말인 18~19일에 걸쳐 대학본부가 강제로 수거했다고 밝혔다. 6월9일부터 배포된 이번호에는 이 학교 동문인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과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고 사장과 박 사장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보수 성향 언론인으로, 올해 외대 총동문회 신년모임에서 ‘자랑스러운 외대인상’을 수상했다.
위원회는 이번호에서 모두 8개 면을 할애해 “고대영 선배와 박노황 선배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과연 이 상(자랑스런 외대인상)의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며 이들의 ‘친정부 반언론’ 행보를 상세히 소개했다. 교지는 “권위 있는 언론사의 수장이 된 두 선배를 신년회에 초대하기 위해 자잘한 잡음에 대해서는 잠깐 눈을 감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학교 쪽을 비판했다.
김태우 교지 편집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금요일(6월17일) 학생처장으로부터 ‘교지 발간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편집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주 월요일(20일) 학생처장과 만나기로 했는데, 주말인 18일과 19일 사이에 교지가 수거됐고 20일에 뒤늦게 수거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동문회가 교지의 내용에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학교 쪽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등록금에 포함된 1인당 자치회비 2700원으로 발간되는 교지를 배포 담당역인 학교가 일방적으로 수거한 뒤 통보한 것은 학생들의 재산권 침해이자 알 권리 침해”라며 항의했다. 이어 “학생자치언론인 교지편집위원회에 대한 언론 탄압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교지를 수거한 학교 쪽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 부서인 외대 학생감동팀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학교 쪽은 “담당자가 회의에 참석했다. 시간이 정해진 회의가 아니라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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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84호에 실린 한국방송 고대영 사장과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관련 기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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