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30 16:47 수정 : 2005.01.30 16:47

전미리/파주 문산여중 3학년

몇 겹이나 껴 입어도

추운 겨울

달달 떨리는 입

내내 시린 찬바람만 분다

이 겨울 보내면


찾아올 아지랑이 피는 봄날 그리며

난 다 낡아 버린 교과서를

미련없이 버리었다

추운 어느 날,

문득 책을 읽다

외투 없이 밖엘 나갔다.

벤치에서 지나는 사람

발자국 하나하나 보시던

주름진 이웃 할머니

“자가 벌써 고등학생이여”

빙긋이 웃어 주셨다.

“추운데 어여 들어가!”

집에 들어가 달력을 찾았다

몇 장을 넘기고 넘기니

여름 바다가 있었고,

가을 하늘이 비춰졌고,

겨울 눈꽃이 내리었다.

평> 봄날 불러낸 풋풋한 감성

신년에 학생이 쓴 글을 만나 보고 저는 풋풋한 님의 감성을 보며 웃음짓습니다. 그렇군요. 이 겨울에 겨울만 품고 있는 사람은 실로 어리석은 사람이군요. 꽁꽁 얼어 붙은 땅속에서도 생명은 봄날을 기다리며 꿈틀꿈틀 움트고 있고, 새로운 학년을 기다리는 이땅의 수많은 학생들은 낡은 옷을 버리듯 교과서를 버리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같은 새학년을 기다립니다. 시 속에 짧게 스쳐간 장면 하나. 겨울 길에서 만난 이웃 할머니의 목소리 “자가 벌써 고등학생이여”는 고등학교 진학의 분위기를 더욱 더 고조시켜 주는군요. 방 한 켠에 걸린 달력, 여름 지나 가을로 겨울로 사계의 풍경을 지나면서 2005년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꿈꾸고 있는 님의 부푼 마음이 보입니다. 시간의 향기를 알고 있어서, 님이 머물고 있는 이 겨울엔 벌써부터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이낭희/일산 백신고 교사, 청소년문학사이트(nanghee.com) 운영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