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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0 16:59 수정 : 2005.10.31 13:53

최근 영국에서도 자녀를 명문학교에 보내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과학실험 수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나라밖에선

■ 유럽 명문고 입학 대작전

3~4세 자녀 둔 부모까지 가세 주소지 이전·두집살이 등 ‘올인’
학교주변 3마일 범위 집값 높아…파리 명문학구 지역도 치솟기만

영국 런던 풀햄 지역에 있는 홀리크로스 로마카톨릭 초등학교 교감인 마거릿 길레스피는 최근 딸을 명문학교에 입학시키려고 거짓말을 한 게 들통나 해당 학교에서 경고장을 받았다. 길레스피는 지난해 가족의 주소를 풀햄으로 옮기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수위실로 주소지를 옮겨 놓았다가 적발됐다. 원래 그의 집은 풀햄에서 몇마일 떨어진 브렌트포드에 있다. 풀햄에는 레이디 마거릿 영국국교회 중등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는 인기가 많아 경쟁률이 매우 높다.

영국 <비비시(BBC)방송>은 최근 영국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명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시골지역에는 학교가 많지 않아 학생들은 대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간다. 하지만 학교가 많은 도시지역에서는 자녀를 ‘가장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자 중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가정 뿐 아니라, 3~4살 짜리 아이들을 둔 부모들까지 벌써부터 자녀를 보낼 중등학교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 조사 결과 영국인 4명 중 1명이 자녀를 명문고에 보낼 수만 있다면 주소를 거짓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명문학교 입학을 위해 그들이 사용한 갖가지 ‘위장 방법’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특히 위장전입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으로, 이 때문에 명문학교 주위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 가격 조사자료를 보면 최고 명문학교 주위의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 3분의 1 가량 비싸다. 이처럼 위장 거주자들이 많아지자 학교들은 지원자들에게 지방세나 전기세 영수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거나 주소지에 확인조사를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사들도 위장전입을 가려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위장전입이 확인된 학생들은 학교에서 쫓겨난다.

위장전입이 적발될 위험성이 있어서, 가족들이 임시로 학교 근처로 이사가기도 한다.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에 사는 한 가정은 그들의 저택을 세 주고, 대신 11살짜리 딸이 가고 싶은 학교 옆에 작은 아파트를 얻어 이사갔다.

이런 노력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다. 최근 교육지원단체 ‘서튼 트러트스’는 “명문학교 학생들은 중산층 출신 자녀들이 대부분이고, 가난한 학생들은 입학사정에서 거의 붙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명문고에 보내려는 중산층 부모들의 경쟁이 지나치게 심하다고 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학군 범위를 넓힌다든지, 무작위 추첨 등의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영국 학교의 4분의 1 가량이 학생들을 학교 주변 3마일(4.8㎞) 범위 안에서 뽑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웃나라 프랑스 파리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프랑스 최고의 명문고로 꼽히는 루이 르 그랑과 앙리 카트르가 있는 파리 5구는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비싸다. 이 두 학교는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거의 100%에 이른다. 특히 이 학교들은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 입학을 위한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합격률이 매우 높다. 그랑제콜 준비반은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지만, 일반 고교 과정은 인근 지역에 살아야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교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5구로 이사를 가려해, 이 지역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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