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30 17:08
수정 : 2005.10.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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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기도 광주시 탄벌초등학교에서 광주교육청 주최로 열린 ‘제4회 광주·하남 어린이 영어동극 대회’에서 아이들이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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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주기 위한 행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파란눈 선생님과의 수업, 영어 특강, 말하기 대회…. 다 좋지만 연극을 통해 영어를 배운다면 어떨까?
지난 19일 경기도 광주시 탄벌초등학교에서는 광주교육청 주최로 ‘제4회 광주·하남 어린이 영어동극 대회’가 열렸다. 하남에 있는 초등학교 가운데 25개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만 진행됐고, 아이들과 지도 교사, 참관 학부모들은 긴장과 기대로 들떴다.
참가 어린이들은 각 학교에서 영어를 잘하거나, 영어 말하기 대회를 거친 어린이들이었다. 제한시간은 5분이었으며 주제 선택엔 제한이 없었다. 각 학교는 흥부전 등 우리의 고전에서부터 이솝 우화까지 매우 다양한 내용을 선택했다. 심사는 3명의 원어민 교사들이 맡았다. 심사 기준은 억양 30%, 표현4 0%, 태도 10%, 원고 20%로 매우 까다로웠다.
대회가 시작되자 안팎에선 갖가지 풍경이 연출됐다. 대기실에서는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앞 팀의 장·단점을 이야기해 가며 파이팅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엿보였고, 누가 보든 말든 상관않고 한쪽에서 큰 소리로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얼굴이 상기되어 빨개진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마지막까지 주의 사항을 강조하는 지도교사, 본인의 의상을 챙기느라 분주한 아이들, 조금이라도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화장하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은 대회가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되는지를 말해줬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와 교사들, 동료 학생들은 흥부전에서의 익살스런 광경이 나올 때는 폭소를 터뜨리고, ‘성공의 길’이라는 학원에 매인 아이들 이야기가 공연될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학부모 김해란씨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한다”며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도교사로 처음 참가했다는 탄벌초등학교 최지명 교사는 “여러 사람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효과가 크다”고 대회 의의를 설명했다.
대회 중간 중간에 마련된 영어 퀴즈 행사는 약간 무거워질 수도 있는 대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손을 들며 자신의 영어 실력을 뽐냈고, 부모들은 자녀들의 또다른 영어 실력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대회가 끝난 뒤 원어민 강사들은 “대체로 어린이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으며 작년보다 실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해 대회를 준비한 쪽이나 참석한 학생들, 부모, 교사들 모두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몇 가지 아쉬움도 남았다. 무엇보다 각 학교 대표로 나온 어린이가 4~7명 정도에 불과해 참여폭이 좁다는 게 지적됐다.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호기심과 자신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재정적인 뒷받침과 학교에서의 시간적 투자, 교사의 지도력 등이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글·사진 이영미/학교 모니터
kq2000lee@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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