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40명 넘는 ‘콩나물 교실’ 등… 아이들 속속들이 알기엔 너무 열악공교육 살려면 기본적 환경 혁신부터 아이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밑도 끝도 없다. 개개인이 다 역사이며 벅찬 존재감으로 넘쳐난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조심스럽고 생각이 많아진다. 도서부 3학년인 갑수(가명)는 성적 때문에 심각한 자기 내분을 앓고 있다. 독서실까지 다니며 정말 애를 썼는데 오히려 평균이 10점 가까이 떨어졌다. 노력했으되 결과가 그러하니 고등학교는 가서 무엇하랴, 차라리 검정고시 쪽으로 돌려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게다가 3년 동안이나 좋아한 여자 아이 문제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가슴은 가슴대로 타고 있다. 그럼에도 얼핏 보아서는 별다른 티가 나지 않는다. 수돌이는 상냥하고 성실하다. 여학생들이 떼로 몰려와 괴롭혀도 웃으며 받아넘길 줄 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최근 부쩍 싸움이 잦아진 부모님 때문에(가끔 경찰을 불러야 할 만큼 격렬하다) 그야말로 ‘뚜껑이 열리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줄타기이다. 쉽게 예를 들어서 그렇지 각 학급 안에 이런 사연을 구구절절 품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이 복잡해지니 아이들도 따라서 복잡해졌다. 이러할수록 제대로 가르치려면 절대적인 접촉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산을 오르거나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하다못해 어울려 수다라도 떨어봐야 아이들의 속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을 알고 모르고는 가르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이 파악되면 그만큼 궁리하고 배려하지만, 모르면 모를수록 방법이 단순해지며 일방적으로 치닫는다. 당장 위의 아이들만 해도 ‘어째 공부가 그 모양이냐, 집중을 못 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 하면 된다, 열심히 하라’며 눈을 부릅떠봐야 아이들에겐 그저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제대로 살피기에는 교육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학급당 학생수만 해도 언제부턴가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우리학교 1학년 같은 경우 40명을 넘어 44명 선에 이르렀다. 수업 시간에 들어가 40명 가까이 되는 눈과 맞닥뜨리면 가슴이 턱 막힐 때가 많다. 이쯤 되면 아이들과 교류는 고사하고, 대략 살피기에도 버겁다. 그러니 도드라지는 몇몇 아이들을 빼고는 한꺼번에 묶어서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가르칠 수밖에 없다. 작금의 국제경쟁 시대에 맞추겠다며 교육시스템을 어찌하고, 교육특구를 어찌하고, 하면서 무수한 안(案)을 쏟아내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환경을 혁신하지 않으면 공교육 부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교류와 소통이 막힌 곳에서 교육은 군밤을 심어놓고 싹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류와 문화가 가파르게 돌아갈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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