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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1 15:04 수정 : 2005.10.31 15:04

ⓒ인터넷뉴스바이러스

빡빡한 하루일과, 인문계 고등학생의 생활에 빠져보실라우?

매일 똑같고 반복되는 하루, 오늘 나의 삶을 통해 모든 고딩들을 대표해 울분을 토해볼까 한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다만 남들과 달리 난 25시간을 살고 있다.

"띠리릭.띠리릭"

6시 40분 알람이 울린다. 힘겹게 뻗은 손은 시계를 향한다. 알람은 멈추고 다시 잠에 빠진다.

“변다영 일어나!” 엄마의 목소리. 온갖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로 “일어났어요!”라 말하지만, 아직도 정신은 하나도 없다. 그저 맞춰진 데로 잠에서 깨고, 움직일 뿐이다. 내 몸은 머리와 상관없이 기계처럼 움직인다. 일어나면 화장실로 직행,밥을 빨리 먹는 습관도 생겨서 10분 만에 아침식사가 끝난다. 나의 아침은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짧은 쉬는시간, 고민이 있어도 털어놓을 시간이 없어."

집에서 아무리 빨리 준비하려고 해보지만, 등교하는 시간은 항상 똑같다. 그래서 나는 매일 달린다. 지각을 해서가 아니라 지각을 하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지각을 해도 교장선생님한테 맞지 않는데. 학생이나 선생이나 지각을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등교 후, 화장실 다녀오기가 무섭게 또 수업종이 쳤다. 이럴 때마다 허무함을 느낀다. 요즘 들어 고민이 많다. 고민을 들어줄 상대보다는 고민을 털어 놓을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은 종이 쳐도 끝나질 않고, 쉬는 시간은 말도 꺼내기 전에 끝나버린다. 이렇게 나의 고민들은 머릿속에서 마음속으로 점점 쌓여만 간다.

수업 마치는 종이 쳤건만, 수업은 끝나질 않는다. 이미 내 마음은 급식실로 간지 오래다. “딱 1분만 더하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거의 포기상태이다. 1분은 2분이되고 2분은 3분이 된다. 드디어 수업이 정말로 끝났다.

뒤늦게 열심히 뛰어보지만, 이미 줄은 식당 건물을 한바퀴 휘 감았다. 기다리는 동안 속이 타들어간다. 아까운 시간은 흐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차례만 기다린다. 밥을 받고 나서 시계를 보니 종친 후 30분 뒤였다. 늦은 점심을 서둘러 먹어보지만, 다 먹기도 전에 예비종이 울린다. 선생님들은 서두르라며 우리의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입에는 밥이 한 가득. 어쩔 수 없이 점심을 끝낸다. 수업종이 울리자 소화되지 않은 배를 움켜잡으며 또 다시 뛴다.

빡빡한 학교생활에 지친 우리들은 쉬는시간이면 모두 전멸을 한다. 밤새 모자라는 잠을 이렇게 채워나가는 것이다. 10분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짧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지옥이 따로 있는게 아니야."

드디어 학교를 떠난다. 내가 어떻게 7교시를 견뎌냈는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곧바로 학원을 가야한다. 지옥이다. 빠른 걸음을 재촉하며 앞만 보고 걷는다. 그렇게 또 작동을 준비한다.

하루 종일 수업만 들으려니 머리가 터지려고 한다. 그래도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학원은 학교와는 다르게 한교시당 80분 수업이다.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화장실만 겨우 다녀올 시간이다. 학원 또한 쉴 시간이 없다. 오직 정신력이다. 그렇게 견디는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 컴퓨터를 켠다.아직 들어야할 수업이 더 남았다. 인터넷 강의이다. 이쯤 되면 난 정신을 못 차리고, 자꾸 눈이 감긴다. 찬물로 애써 잠을 깨우며 강의를 듣는다. 꾸역꾸역 그렇게 나의 뇌는 하루 종일 노동을 한다.

졸려도 어쩔 수 없다. 오늘 들은 수업을 정리해야 한다. 복습하지 않은 채 그냥 자버리면, 공부로 바쁘게 보낸 나의 하루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수학복습, 화학복습, 물리복습, 언어복습……. 내신관리와 수능준비의 압박. 24시간이 너무도 짧다. 이미 시간은 자정이 넘어가고 있다.

"오늘도 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시간이 없었어."

오늘도 나의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시간이 없었다. 잠시라도 쉴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으니까. 또 말 못하고 내 마음에서 삭힌다. 이제는 점점 더 우리 집 강아지 아리와 산책할 시간도 없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18살의 날 꾸밀 생각도 못하고 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할 시간은 물론 가족들과 이야기 할 시간조차도 없다.

나의 하루는 항상 이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수능이라는 탁 막힌 공간 속에 하루하루 쉴 새 없이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 난 대한민국에 사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평범한 여고생이다.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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