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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03 19:18 수정 : 2016.10.03 19:23

알짜 교육자료 ‘3분 노하우’
온·오프 연수 진행하는 에듀니티
3~4분 ‘핵심 노하우’ 영상 만들어

수업 방법부터 부모·학생 관계 고민
알찬 정보 꾸러미 현재 60개 쌓여
“구체 사례 통해 정보 얻고 문제 해결”

9월27일 인천 경서초 이대식 교사가 ‘행복 리추얼’, ‘세계시민교육’ 등 ‘3분 노하우’ 영상에 담길 자신의 교육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는 요즘 아이들과 실천하고 있는 ‘행복 리추얼’(행복해지는 긍정의 습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상담 공부를 하며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행복해질 궁리를 하다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대식 교사는 교실 앞뒤 출입문 바닥에 청색 테이프로 네모난 테두리를 만들고 그 안에 시트지로 스마일 표시를 붙였다. 누구나 그 공간을 지날 때면 일단 웃어야 한다. ‘마음 날씨’는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칠판 옆 날씨판에 자신의 오늘 기분을 표시하는 것이다.

지난 9월27일 인천 경서초 3학년 5반. 방과 후 텅 빈 교실 중앙에 놓인 의자에 이 교사가 앉아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세 대의 카메라가 돌고 있었다. 교사 대상으로 온·오프 연수를 진행하는 에듀니티의 박종서 팀장은 이 교사와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다 ‘3분 노하우’ 녹화를 시작했다. 이 교사는 교실 벽에 붙은 각각의 활동지에 대한 사례를 들며 친절한 설명을 이어갔다.

“(마음 날씨판을 가리키며) 시리아에서 온 자카리아가 아팠는데 오늘 비 오는 날씨에 자기 사진을 붙였네요. 이처럼 ‘마음의 비’가 내리는 아이에게는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왜 우울한지 묻고 감정 상태를 살필 수 있어요. 아이들도 마음 날씨를 보고 친구가 화가 나거나 기운이 없으면 서로 위로하고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셈입니다.”

교사들은 각자의 교육을 고민하며 한 번쯤 새로운 수업방식을 적용해본다. 가끔 마음 맞는 교사들끼리 자신의 수업이나 생활지도 내용 등을 공유하지만 ‘혼자’라고 느낄 때가 더 많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마주하고 수업을 이끌어가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러 수업 방법론을 시도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3분 노하우는 이런 교사들을 위해 동료 교사가 ‘꿀팁’을 제공하는 영상이다. ‘세바시’ 강연처럼 짧은 시간 안에 핵심 노하우를 담아 공유한다. 교사가 직접 주제를 정하고 대본 없이 현장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박 팀장은 “교사들을 만나보면 각자의 고민과 경험을 녹여 학급을 꾸려나간다. 서로 소통할 시간도 없어 보이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방식을 나누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며 “교사들은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특별한 내용도 있다. 나 혼자 듣기 아까운 교사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창구를 만들고 싶어 영상을 찍게 됐다”고 했다.

지난 3월 시작한 3분 노하우는 현재 21명의 교사가 참여했고, 60여개의 동영상이 쌓였다. 수업뿐 아니라 학부모나 학생과의 관계 맺기, 승진이나 평가, 생활지도, 다문화학생 지도 요령 등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책을 내거나 연수 강의로 유명한 교사들은 일부러 배제하려 했다. 그런 교사의 영상을 보면 다른 교사들이 “저 사람이니까 할 수 있지, 내가 어떻게”라고 생각해 참여를 망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교사들에게 잘 알려진 이들은 책에 나온 내용은 빼고 소소한 것을 위주로 다뤘다. 바로 적용 가능한 주제여야 다른 교사도 와 닿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영상은 단순한 교육방식을 알려주는 것뿐 아니라 교사로서의 고민이나 철학을 나누기도 한다. 추상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내용이 아닌 자신의 사례를 위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더 와 닿는다. 함께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하거나 건의 사항 등을 말할 수도 있다.

김현진 교사(강원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는 첫 영상을 찍었던 교사다.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던 ‘교직을 시작하시는 선생님들께’라는 편지 내용을 소개하는 내용과 학생들과 관계 맺기에 대한 주제 등 7개의 영상을 찍었다.

“평소 아이들과 생활했던 내용이라 특별한 건 없다. 새 학기 첫날 아이들 이름을 담은 현수막을 만들었던 일, 매달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종업식 때 다음해 달력으로 만들어 선물했던 일 등 깨알 같은 에피소드였다.”

김 교사는 “영상이 알려지면서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 새 학기 때 깜짝 현수막을 만들어 아이들과 첫 만남을 잘했다는 분도 꽤 있었다. 하지만 영상의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유명하다는 교사의 강연을 듣고 그대로 했지만 잘 안됐다. 기본적으로 학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자신의 교육철학을 단단히 다지지 않고 우수 사례만 무작정 따라 하면 백 퍼센트 실패한다.”

올해 만 16년차 교사인 그는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학생들과의 관계를 ‘리모델링’했다. 특별한 수업 방법론을 찾은 게 아니다. 아이들을 통제 수단이 아닌 동등하게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존재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사례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인권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3분 노하우는 짧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옆반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듯 쉽게 내용을 알려줘 온라인상의 교사학습공동체 구실을 한다. 무언가를 배우는 건 두 번째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교사 간 공감과 연대가 자라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다른 교사들과 소통해오다 3분 노하우를 찍은 서준호 교사(광주 신창초)는 대학원에서 예술치료학을 전공했다. 주로 풍선이나 막대기, 가벼운 율동을 이용해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이나 긴장을 푸는 법을 알려준다. 교사 스스로 할 수도 있고 아이나 학부모 상담 때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세상에 상처받은 교사들이 많지만 그들을 위로하거나 치유할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교사가 슬퍼지면 아이들을 바라볼 여유가 없고 자연스레 관계도 틀어진다.”

이런 이유로 그는 교사치유센터와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욱했던 성격으로 학생과 갈등을 빚었던 일, 그로 인해 상담에 관심을 가졌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교사치유센터가 왜 필요한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혼자 답답해하며 고민했던 것을 다른 교사들과 나누고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3분 노하우 영상은 에듀니티 누리집(www.eduniety.net)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영상에 직접 출연하고 싶거나 동료 교사를 추천하려면 메일(nregret@eduniety.net)로 연락하면 된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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