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1 01:45
수정 : 2016.10.11 09:25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민음사 펴냄, 2012년
희곡은 문학 장르 가운데서도 접하기 힘든 장르입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기는 하지만, 소설이나 시처럼 수능 국어 과목에 자주 나오지 않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말 오래전부터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희곡으로 만들어, 이를 무대에 올리고 재현하는 즐거움을 얻어 왔습니다. 그래서 희곡은 문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갈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학 전공 학과에서는 희곡만을 읽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고, 희곡을 전공한 교수님도 계십니다.
그 가운데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은 영문학을 전공하게 된다면 꼭 한 번쯤 접하게 되는 명작입니다. 작가인 사뮈엘 베케트는 오지 않는 ‘고도’라는 존재를 한없이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허무함을 드러냅니다. 베케트는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도 받았습니다. 이 현대 희곡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공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의미가 있고, 고전이라고 여겨지는 대단한 작품이지만, 고도의 상징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독자들이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작품의 두 등장인물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의미 없고 지루한 대화를 반복합니다. 서로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하지 않기도 하고요. 무대는 계속 정적에 휩싸입니다. 독자들은 의미 없어 보이는 아리송한 대사들로 가득 찬 이 작품을 읽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에 빠집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며 난해한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난해한 작품을 읽을 때는 스스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정리하고, 그것을 세간의 해석과 비교해보기를 바랍니다. 처음부터 해석을 보기보단, 머리를 싸매고 작품 구절의 의미에 집중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도출한 작품의 의미와 그 근거를 정리해보기 바랍니다.
문학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것은 문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행위입니다. 대학 문학 수업의 과제와 시험에서는 정해진 것들을 암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 작품을 읽고 자신만의 해석과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말과 글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대학에서 하는 문학 공부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죠.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며 문학 작품이 말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대학에서 수도 없이 해야 할 과제와 시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엿볼 수 있고, 대학교 문학 관련 학과에서 원하는 학생들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한 해석이 그럴듯하지 않고 정답이 아닌 것 같아 의기소침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문학에 정답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럴듯한 근거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정답입니다. 자기 생각에 자신감을 갖고 문학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나만의 관점을 지금부터 만들어 놓는다면, 대학에 들어가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짧은 작품이지만 난해하므로, 텍스트를 읽고 곱씹으며 그 의미를 많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읽는 능력을 기르고, 난해하고 의문스러운 문학 작품도 머리 싸매고 읽어낼 수 있는 끈기 있는 문학도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종혁(한국외대 영문학과, 독립언론 외대알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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