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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3 20:05 수정 : 2005.11.04 13:18

지난 달 29일 서울 송곡여자정보산업고에서 있었던 만화가 이상신·국중록의 강연.

송곡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찾은 ‘츄리닝’ 작가 이상신,국중록

이들은 혹시 만화가의 탈을 쓴 ‘개그맨’은 아닐까.

연단도 없어 소극장 같은 강연장에서 두 젊은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연신 좌중의 폭소를 끌어냈다. 때론 어눌하지만 소박한 말투 속엔 평소 그들이 작품을 통해 토해내던 시원한 웃음과 거부할 수 없는 솔직함이 담겨 있었다.

만화 <츄리닝>의 주인공 이상신 작가와 국중록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송곡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를 찾았다.

만화가를 꿈꾼 ‘한심했던 두 청춘’

이상신 작가와 국중록 작가는 차례로 자신의 대학입학과 작가등단을 중심으로 한 만화인생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들려줬다. 이날 강연을 들은 학생은 송곡여자정보산업고 만화반 학생 100여 명.

“만화가 외에는 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던” 두 젊은이는 같은 ‘츄리닝’을 입기 전 나름의 방황의 세월을 맛봐야 했다.

이상신 작가는 하고 싶은 일을 쫓아 공주대 만화예술학과에 들어갔지만 집안에서 지방대를 반대해 재수를 하고 다시 세종대 만화학과에 들어갔다.

“넌 개그만화를 해야겠다.” 당시 세종대 강사로 있던 양영순 작가가 던진 말에 그는 잠깐의 혼란을 겪었다. 이상신 작가는 극화를 동경하고 <배가본드>나 <슬램덩크> 같은 선 굵은 남성 만화를 하고 싶었던 터였다.

국중록 작가는, 자신의 말을 빌자면 “오락실 다니고 만화책 읽고, 만날 학교에서 혼나고 맞고 했던” 인물. 그러던 그가 문득, 대학에 가고 싶어졌고, 삼수 끝에 세종대 만화학과에 들어갔다.

군 제대 후, 이 둘은 만화를 그리는 일도, 사는 일도 더욱 막막하고 갑갑해졌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같은 과 1년 선후배는 우연히 함께 술을 마시다가 공동작가로서의 꿈을 다지게 됐다.

“마감이 프로를 만든다”

처음, 이상신 작가는 작은 매체에서 작게라도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덜컥 신문연재를 ‘노린(?)’ 것은 국중록 작가였다. “우리, 신문에 연재하자!”

문화콘텐츠앰배서더 국중록 작가

다짜고짜 신문사에 전화해 연재의사를 밝혔다. 당시만 해도 신문은 중견 작가 이상의 만화가들이 최종적으로 거쳐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가슴 한편으로는 무모한 짓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단다. 그런데 그들의 말대로 하자면 “운이 굉장히 좋았다”. 두어 달쯤 후 ‘스포츠투데이’에서 연락이 왔던 것.

1주일에 2회로 시작된 연재는, 스토리 구성을 맡은 이상신 작가가 삼일밤낮 길거리를 쏘다니다 급기야는 울면서 스토리를 ‘쥐어짜야’ 할 만큼 어려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프로로서의 소명감과 ‘마감의 압박’은 그들을 차츰 성장시켰다. 1주일에 2회가 적응될 때쯤 연재는 6회로 늘었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 다시 2회로 줄었지만, 그때 이후로 정말 매일 이야기를 끌어내는 건 자신이 있어요. 어떻게든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해내죠.”

지금도 학교 앞 자취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두 사람은 연재를 시작하고서 참 많이도 다투고 싸웠다. 하지만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서로 자연스레 한발씩 물러서게 된다고. 이상신 작가의 말을 빌자면 “연재 작가의 부끄러움은 ‘못 그리는’ 데서가 아니라 마감시간을 어기는 것에서 온다”.

‘혜성 같은 신인’은 없다

이날 강연에서 두 주인공은 ‘혜성 같은 신인’은 없다는 것과 연출의 중요성, 꿈을 향해 끝없이 정진할 것 등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작가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로 강연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이상신 작가는 특히 “잡지든 신문이든 웹이든 벼룩신문이든 간에 어디에서건 등단해서 연재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마추어 때 아무리 해도 프로 때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혜성 같은 신인이 되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한 이구동성으로 ‘연출은 만화의 생명’이라 강조하고, 스토리와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연출이 아니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연출을 잘해야 한다고 전했다.

좋은 연출을 위해 두 작가는 학생들에게 ‘다방면의 공부를 통해 간접지식 쌓기’,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콘티 짜보기’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특히 국중록 작가는 “(인정하기 싫어) 슬프지만 연출은 타고난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그 시작은 청소년기에 만화책을 얼마나 재미있게, 또 얼마나 많이 보느냐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이 끝나고 두 작가는 오랫동안 사인에 응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작가란 아무리 훌륭한 대가라도 스스로 완성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죽을 때까지 미완성’인 존재이므로 완벽해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자신들도 그렇게 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강연에는 특히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연재로 얻는 수입,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의 해결책, 게다가 ‘작품 속 등장하는 잘생긴 인물인 석정우가 더 많이 나오게 해 달라’는 다소 노골적인(?) 요구들까지.

신문연재로 얻게 되는 수입의 규모를 물었던 당돌한(?) 고은지(2학년) 학생은 “만화가의 생활에 대해 여러모로 많이 알게 됐다”며 “마감과 프로의 철저한 정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수연(2학년) 학생은 “평소에 들어본 다른 강연들과는 달리 딱딱하지 않고 농담처럼 편안한 강연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양은 또한 “다만 시간이 좀 짧은 듯해 아쉽다”며 “경험에서 우러난 가식 없는 조언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26일, ‘망가진’ 모습 보러 와주실 거죠?”

‘츄리닝’ 작가 이상신·국중록

“영광이죠!”

문화콘텐츠 앰배서더로 임명되고 강연하게 된 것에 대해 이상신, 국중록 작가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만화가가 된 뒤로 우연찮게 두어 번 정도 강연자로 나설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그때마다 쑥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아직은 누구를 가르칠 주제가 못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각자 준비한 ‘비장의 자료’마저 풀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국중록 작가는 이날을 위해 CD를 구워왔고, 이상신 작가는 언제나처럼 칠판에 신나게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려 했는데 이들은 그만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들 앞에 마이크만 하나 덜렁(?) 주어졌던 것이다.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 성격, 취향 모두 다르니 마감이면 항상 으르렁거리기가 다반사. 그러나 서로의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서로 인정하고 있다.

이상신 작가가 생각하는 국중록 작가는 “그림스타일이 독특하고 캐리커처, 색감각, 디자인감각이 뛰어난 재원이며, 특히 캐리커처에 관해서는 과 최고”다. 국중록 작가는 이상신 작가의 ‘졸업 작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졸작’(졸업 작품) 완성도에 있어 순위에 들 정도”라며 “만화가로서의 연출 감각은 타고났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익살 한마디. “못생긴 게 좀 탈이죠.”(웃음)

이들은 현재 20~30대 작가들인 모여 결성한 럽툰에서도 활동 중이다. 럽툰은 네티즌들이 만화를 보면 자연스레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 사이트로, 지난 8월 오픈했다. 2003년부터 만화가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러브콘서트’를 준비했던 것이 사이트의 모태가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만화가들이 펼치는 한바탕 감동의 폭소잔치가 벌어질 예정. 국중록 작가는 밸리댄스를 추는 태양신으로 등장해 ‘허리 안 움직이는’ 비장의 밸리댄스를 선보이고, 이상신 작가는 ‘안 되는’ 노래솜씨와 함께 석동연, 김미영, 메가쇼킹만화가 작가 등과 함께 ‘강북 삼류 저질 스타일 공연’을 보여줄 참이다.

이상신 작가는 “노래도 못하는데 노래하면 다른 건 안할 줄 알았더니, 노래도 시키면서 ‘그것’도 시키더라”며 우는 소리를 하다가도 “럽툰 공연 연습을 충실히 해서 오신 분들 침 뱉지 않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26일 미아리 서울사이버강의대학교에서 이 둘의 ‘망가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삼십 대 동네 청년들에게서 볼 수 있는 서민적인 아이템을 제목으로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담아내는 만화, 그저 한 번 쓱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바라고 시작한 만화 <츄리닝>. 스스로를 세상에 내보내준 ‘츄리닝’과, 그 ‘츄리닝’을 기꺼이 눈여겨봐준 ‘독자’들을 위해 이들은 오늘도 고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또 언젠가는 각자의 솜씨를 듬뿍 담은 장편극화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한다. 국 작가는 “<드래곤 헤드>식의 재난만화”를, 이 작가는 “독자가 직접 스토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화”를 들고 전혀 새로운 이상신, 국중록으로 팬들을 찾아올 것이다. 사실 ‘츄리닝을 끝낸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싶지 않지만.

홍지연 기자(news@kocca.or.kr)

출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www.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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