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6 14:51
수정 : 2005.11.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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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당근’으로 꼬마철학자 키우세요 <토끼들의 우울한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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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단순하다. 동그란 눈, 긴 귀를 가진 토끼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글도 짧다. 그런데 어딘가 좀 낯설다. 토끼들이 ‘왜 살까?’를 고민한다. 포식자들을 피해 도망치다 결국 연못에 모두 빠져 죽기로 하지만, 연못에서 자신들을 보고 도망가나는 개구리를 보고 다시 즐겁게 살기 시작한다.
<토끼들의 우울한 행진>은 동화라고 보기엔 주제가 무겁고, 우화라고 하기엔 전개가 독특하다. 과연 이런 방식이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두세 번 읽어보면 당기는 맛이 있다. ‘왜 그렇지?’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바뀐다.
이른바 ‘철학 동화’라고 불릴 만한 새로운 형식의 이 책은 바라미디어에서 최근 내놓은 <작은 철학자> 시리즈의 한 권이다. 바라미디어는 ‘아이들도 철학이 가능하다’는 생각 아래 수천년동안 전해 내려오는 철학적 주제가 담긴 동서양의 신화, 설화, 우화, 민담 등을 발굴해 동화로 재구성했다.
예컨대 <나비의 꿈>은 장자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것으로, 짧은 기행문을 통해 ‘사물과 자아의 융합’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또 <임금님의 동냥 그릇>은 이슬람 수피 사상을 채용해 욕심많은 왕이 거지로부터 ‘한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교훈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른들도 어렵고 따분하게만 여기는 철학을 동서고금의 보편적 가치를 가진 얘기들을 바탕으로 아이들 눈높에 맞춰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낸 새로운 이 철학동화 시리즈가 어린 독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전 54권, 5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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