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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6 15:08 수정 : 2005.11.07 13:59

아프거나 슬플때 별의 소리 들어봤니? 별

꿈 잃지 않고 어른될 수 없을까?
성장통 아파하며 세상에 눈떠가는
아이들의 비밀일기장

밤 하늘 별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하십니까? 혹시 별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고 있진 않나요? 별은 꿈입니다. 별은 순수이자 진실입니다. 별은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느끼고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의 불씨입니다.

아이들은 별입니다. 진돗개를 시집보내겠다고 강아지 얼굴에 립스틱을 칠하고, 눈썹을 그려주고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혀주는 진원이처럼. 돌밑 플라나리아까지 비추는 내설악 계곡물처럼 맑고 맑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자꾸 별을 가립니다. 친구인 성호의 아빠이자 목수인 필수 아저씨한테 몇번이나 공짜로 가구를 받았던 파출소장은 물건을 주문하고 또 돈을 떼먹으려 합니다. 화난 필수 아저씨는 파출소장과 멱살잡이를 하고 진원이와 성호는 그 광경을 보게 됩니다.

성호네 양철창고 처마밑 제비집에서 짹짹대는 새끼 제비들이 너무 궁금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진원이는 절대 만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깁니다. 새빨간 꽃봉우리 같은 새끼 제비 입이 너무 신기해 만져보다가 그만 떨어뜨려 죽게 하고 맙니다.

일상에서 그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지만 어른들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거나, “그봐, 그러니까 조심하랬지”하며 혼냅니다. 아이들은 주눅듭니다.

그런데 필수 아저씨는 성호와 진원이에게 숨소리를 가르쳐 줍니다. 사람에게 숨소리가 있듯이 나무에게도 숨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나무의 숨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무가 말을 해”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들리는 소리에만 귀기울여선 안된고 마음을 집중하면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갖다 대라는 말이 아닐까요?


아프거나 슬플때 별의 소리 들어봤니? 별
아빠로서의 책임감도 얘기해 줍니다. 파출소장과 싸우고 나선 “아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가족을 지킬 거란다. 너도 언젠가 아빠가 되겠지. 이런 힘든 일을 겪을 때에도 너는 꼭 가족을 지켜야 한단다. 뭔가 옳고 그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단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필수 아저씨가 정말 믿음스럽습니다.

별 같은 아이들은 피터팬이 되고 싶어합니다. 피터팬은 어렸을 적의 기억을 잊지 않고 마음 속에 담고 있기 때문에 늙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애’로만 남아 있으려고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 어른들도 놀랄 만큼 성숙해집니다.

병원에서 우연히 죽은 사람을 본 진원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가까이 있는 사람이 죽으면 어떤 기분일까. 어른들은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이나 알까. 매일 놀 생각만 하는 줄 알걸.” 정말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어른들은 뭘 느낄까요?

물론 성장통을 피할 순 없습니다. 아버지(필수 아저씨)의 갑작스런 죽음에 성호는 날마다 지붕에 올라가 별을 줍고, 진원이는 가슴이 나오느라 아픔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별을 가슴에 담은 그 성장통은 아이들을 부끄럽지 않은 참어른으로 만들지 않을까요? 이윤학 글, 박진호 그림. -아이들판/7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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