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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련’ 했을뿐인데 표정이 빛나네-요즘 학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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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선
지난달 20일 서울 정덕초등학교. 7명의 학생이 논술·글짓기실로 들어왔다. 손에는 필통만 들려 있다.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다. 상담자원봉사자가 반가운 얼굴로 이들을 맞는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명상을 하자 들떠있던 분위기가 점차 가라앉는다. 현재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로 별칭을 짓는다. 한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별칭과 짓게 된 이유를 발표한다.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발표를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을 친구들 앞에 드러내 보인다.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 다른 친구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어느새 넓어진다. 학교 다니랴, 각종 학원에 다니랴 아이들은 정말 바쁘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어진 길을 갈 뿐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은 더더구나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상황에서 요즘 일부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심성수련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심성수련은 교사가 아닌 학부모들이 상담자로 나서 아이들의 고충을 듣고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학생 대여섯 명이 자원봉사자와 한 팀을 꾸려 나, 너 그리고 우리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얘기하며, 자기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다른 사람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깨닫는다. 일주일에 한두번 심성수련활동
교사 대신 학부모가 상담봉사 상담자원봉사자로 나서는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연구원에서 60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들. 교육을 마친 뒤, 각 관할 교육청에 소속되고, 심성수련활동을 희망하는 학교에 파견돼 활동을 벌인다. 보통 학교당 4~5명의 학부모 상담자원봉사자들이 소속돼 있고,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만난다. 심성수련에 대한 학생들이나 교사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 정덕초등학교 6학년 김다소(12)양은 “‘나는 이렇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친구들의 칭찬과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 이 칭찬과 응원들을 잊지 않고, 나중에 내 희망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같은 학교 채정희 교사는 “아이들 사이에 낮은 자존감, 왕따 그리고 욕설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심성수련을 통해 나와 친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째 상담봉사를 하고 있는 학부모 정혜옥씨는 “처음에 많지 않은 시간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킬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진행해 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음을 느꼈다”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했다. 사실 심성수련이 학교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년이 다 되간다. 초등학교까지 확대된 것은 이제 4년 정도 됐다. 때문에 아직 심성수련 활동을 하는 초등학교는 많지 않다. 상담자원봉사자 학부모들은 ‘학력신장’에 몰두하는 요즘일수록 심성수련 프로그램의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성수련을 하다 보면 가끔은 많은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는데, 이런 아이들에겐 개인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또 보통 아이들도 상담을 통해서 좀 더 건전한 자아관과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글·사진 정선례/학교 모니터 yts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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