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갈등’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것은? 학교 아이들은 ‘짜증, 다툼, 뒷담화, 이간질, 오해, 해결, 화해, 사과, 학교, 가족, 친구, 카톡, 욕, 왕따, 자존심, 무시, 고민, 공부, 슬픔, 눈물, 조심, 스트레스, 화풀이, 다이어트, 옷, 화장, 결정장애, 치킨’ 등 꽤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렸다. 학교생활에서 갈등이 극대화되는 장면들이 있다. 팀 수행평가를 할 때, 교내 합창대회 등 학급 단위 큰 행사를 준비할 때가 대표적이다. 이 일들은 협력이 필요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르고 또 그 끝에는 상이나 점수가 있다 보니 그 과정이 마냥 원만할 수 없다. 언쟁이나 무시, 때로는 따돌림으로 번지기도 한다. 또 개개인간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구성원들도 함께 엮이면서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학급 단위로 갈등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활동을 해보면, 아이들은 꽤 좋은 해답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보기’, ‘화해할 수 있는 자리 마련하기’, ‘바쁜 아이에게 덜 중요한 역할 맡기기’, ‘단톡방 만들어 연습한 거 녹음해서 올리기’, ‘연습시간에 잡담하고 노는 경우 벌금 내기’ 등. 그런데 “너희 반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니?”라고 물어보면, “에이~ 그거 안 돼요. 아예 걔를 빼버리거나 걔가 학원 가는 거 포기해야 해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잘 안 되는 거다. 갈등 상황에서 아이들이 가장 쉽게 보이는 태도는 ‘공격’이나 ‘회피’다. 공격은 자신의 욕구 만족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때리거나 욕·막말·뒷담화 등으로 나타난다. 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는 가정에서 체벌 등 공격적인 태도를 경험해왔거나 공격적 행동이 허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기분이 나쁠 때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선택하게 된다. 회피는 자신의 욕구를 돌보지 못하는 방식이다. 친구가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적절한 대응을 못한다. 이 아이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괴로움을 잊기 위해 게임이나 다른 것에 몰두하는 식으로 당면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해왔거나, 위로보다는 비난을 받고, 참을 것을 강요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는 과잉보호로 인해 받는 데 익숙해 방어력이 약한 채 미성숙한 상태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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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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