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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5 19:19 수정 : 2017.02.05 21:17

인상순씨.

“20년간 봉사활동 하다보니 모르는 게 많더라구요”
대학 진학도 준비…“수시 떨어졌지만 다시 도전”

인상순씨.
“제가 이 나이에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던 것은 학교 선생님들이 용기를 주셨기 때문이죠.”

3일 경기 수원 영신여고에서 고교 졸업장을 받은 인상순(68) 할머니는 10대 소녀로 돌아간 듯했다.

입학 땐 교복은 잘 맞을까, 손녀뻘인 어린 학생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우려였다. 교복은 잘 어울렸고 인기도 좋았다. 등교는 학생 중에서 가장 빨랐다. 등교하면 교실을 집안 청소하듯 깨끗하게 쓸고 닦았다. 3년간 아픈 적도, 지각도 단 한 번 없었다.

할머니의 담임인 금정기 교사는 “손주들한테 주던 초콜릿과 사탕을 학교에 올 때면 가방에 담아 와 급우들에게 나눠주시고 혼자 밥을 먹거나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은 함께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보듬어주시니까 아이들이 할머니를 따르고 학급은 소외받는 학생 없이 분위기가 좋았죠”라고 전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 과정은 검정고시를 거쳤지만 고교 수업은 쉽지 않았다. 인 할머니는 “선생님 말씀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죄다 교과서에 적었어요. 집에서 복습하면서 책을 통째로 외우다시피 했는데 칭찬도 받았어요”라며 웃었다.

할머니가 늦깎이로 배움에 나선 것은 공부의 한 때문이었다. “형제가 많았어요.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오빠들과는 달리 ‘딸이 뭘 배우냐’ 했어요. 당시는 흔했죠.” 농사일을 거들다 결혼하고 낳은 3자녀 중 두 아들을 출가시키고 나서야 인 할머니는 배움의 열정을 펼칠 수 있었다.

“농사 지으면서 20년간 사회봉사 활동을 했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부족한 면을 채우려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교 3년 내내 남편과 시집 안 간 딸이 번갈아 승용차로 등하교를 도와준 것도 버팀목이 됐다.

대학 진학은 미뤘다. “한국사를 좋아하는데 실력이 부족해요. 수시에 넣어도 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다시 준비해서 한 자라도 더 배워서 손주들과 대화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졸업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인 할머니는 “주어진 기회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었으면 한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영신여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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