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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3 19:06 수정 : 2005.11.14 14:27

서울 효제초교 안마당 한켠
송사리·소금쟁이·물벼룩…
소중한 생태체험 장으로

먼지와 자동차 매연으로 뒤덮인 서울 시내에서 연못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그것도 자연친화적인 생태 연못이라면? 아니, 무엇보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아이들이 송사리 담긴 맑은 물을 손으로 떠올리고 소금쟁이와 장구애비가 물 속으로 곤두박질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걸까?

하지만 지금 그런 소중한 혜택을 학교 안마당에서 매일 누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효제초등학교가 그곳이다. 발밑에 밟히는 낙엽이 제법 두툼하게 느껴지던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효제초등학교를 찾았다. 간편한 평상복 차림의 홍순길(56) 교장이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홍 교장은 생물학에 관한 조애가 남다르고 특히 생태 환경을 고려한 수중식물과 수서곤충에 대한 연구는 그 어떤 전문가 못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버려져 있던 뒷마당 실내 수영장을 개조해 연못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흙을 다지고 주변을 꾸몄고, 각종 수서 곤충과 식물들을 풀어놨다. 자신이 십수 년째 길러온 물벼룩과 히드라도 방생했다. 자연스레 먹이 사슬이 형성됐고, 이후 연못은 자생력을 갖춰 스스로 유지되고 있다. 고인물이지만 모기 걱정은 전혀 없다. 연못안에 장구벌레를 잡아먹는 송사리가 떼 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교내 과학실에서 곤충 전시회가 열리는 첫날이라, 전시장에는 물방개와 장구애비, 게아재비, 물땅땅이 등 각종 수서 곤충과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의 곤충류가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 기간동안은 이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에서도 참여할 수 있게끔 완전 개방된 터라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신났다.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수중 생물을 관찰하느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하여 들여다보는 얼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어떤 아이들은 건물 옆 연못가에 우르르 몰려 가 송사리 떼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다.

“과학적인 지식을 쌓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작은 생명체를 길러봄으로써 탐구심을 기르고 생명의 존귀함을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요즘 같은 교육 환경에서도 그저 이론을 통한 지식 습득만이 곳곳에서 권장된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자연조차 이제 만지고 느끼는 대신, 간접체험을 통한 대리만족을 하라고 부추긴다. 아이들은 그런 풍토 속에서 몸은 정체되고 머리가 커간다.

학교 전체를 거대한 생태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효제초등학교. 말뿐인 생태 보존, 환경보호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묵묵히 아이들로 하여금 작고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주게끔 하는 이곳은, 진정 살아 움직이는 교육 현장이다.


이민정/학교 모니터 ball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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