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13 19:13 수정 : 2005.11.14 14:27

아낌없이 주는 나무

호주의 작가 재키 프렌치가 쓴 <우리 집 마당에는 왈라비가 있어요>라는 어린이 책이 있다. 왈라비는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작은 동물인데, 풀이 있는 호주 대부분 지역에서 흔하게 산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실제 겪은 일이다.

그녀가 왈라비를 처음 만났을 때 그놈은 재빨리 덤불 속에 숨었다. 꼬리가 길게 나와 있었지만 그녀는 모른척했다. 그녀가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가꾸는 광경을 왈라비 ‘프레드’는 이따금 멀리서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프레드는 그녀의 집 쓰레기통을 뒤져 뭔가 새로운 음식 맛보기를 좋아했고, 그녀는 파인애플 껍질이라든지 포포나무 열매 따위를 내놓았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며,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습관을 가졌는지 조금씩 알아갔다.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게 둘은 가까워졌다. 그녀가 이따금 과일을 손질할 때면, 프레드는 옆에 앉아 껍질이나 뭉그러진 열매를 받아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개가 프레드를 물어 심한 상처를 낸다. 하지만 개 주인은 왈라비를 걱정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애완동물이라고 말했다. “나는 배신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프레드는 절대로 애완동물이 아니었습니다. 프레드와 나는 좋은 이웃이었고, 때로는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프레드는 결국 숨을 거두고, 그녀는 그가 좋아했던 살구나무 아래 묻어준다. 지금 그녀의 집 텃밭에는 또 다른 왈라비가 있지만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야생동물이 인간과 가까워지면 인간의 잔인함에 상처를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이렇게 끝이 난다. “살구를 병에 담거나 잼을 만들 때면 나는 프레드가 그리워집니다.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뭉그러진 살구를 내밀게 돼요. 텁수룩한 앞발로 살구를 받아가서 햇살을 받으며 먹던 프레드를 기다리나 봅니다.”

그녀의 마당에는 왈라비가 있었지만 우리 집에는 요크셔테리어가 있다. 이름은 모모이고 8년째 함께 살고 있다. 해질녘이면 나는 모모를 데리고 가끔 산책을 나간다. 줄로 묶어서 끌고 다니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안고 가서 내려놓고 함께 걷는다. 그런데 갈 수 있는 곳이 점점 없어진다. 게다가 줄로 묶지 않으면 벌금에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법제화 되었다. 지구별에 살 권리가 인간에게만 있는가? 모모를 안고 나갈 때마다 나는 조금은 불안하고 화가 나고 또 슬프다.(*)

선안나/동화 작가 sun@iicl.or.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