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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4 17:42 수정 : 2005.11.14 17:42

‘2005년 크리스마스 씰’

교사, 학생들 “반마다 할당…대신 도토리는 어떨까”

연말이 되면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 본 크리스마스 씰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 크리스마스 씰은 대한결핵협회에서 결핵퇴지재원마련을 위해 53년째 매년 진행되고 있는 최장기 모금운동 중 하나이다.하지만 학교 안에서 크리스마스 씰이 강제적으로 할당령을 주어 강매되고 있어 매년 학생과 교사, 학교간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크리스마스 씰 판매가 6일부터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몇년전부터 스티커형태로 제작되어 나오는 크리스마스 씰에 대해 학생들은 전혀 쓸모없이 만들어진것을 강제로 구입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현장교사들도 정확한 명분이 없는 크리스마스 씰을 반에 팔기 위해 학생들을 설득해야 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반마다 할당량이 있어 강매인 셈”
크리스마스 씰 쓸모가 없어…교실, 책상, 화장실에 덕지덕지 붙여

결핵병 근절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각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씰을 구입하는 학생이나 판매하는 교사 모두 마음이 괴롭다. 반마다 할당량이 있어 그것을 채우기 위해 강제적으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완전히 쓸모가 없어요. 지금 나오는 건 스티커처럼 되어있어서 솔직히 공부하기도 바쁘고 지출도 많은데 가까운 문방구에서 3백 원이면 살 것을 3천원에 산다는 게 이해가 안 되죠.”

서울 M고의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씰을 사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각 반마다 11개씩 할당이 채워져 있어 학생들은 그것을 채워야 하는데 사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도 않고 쓸모도 없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물론 취지는 좋지만 우리 반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3천원도 부담되는 친구들도 많고 판매내역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그 돈이 어디 쓰이는지 신뢰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저는 의무적으로 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학급회장이어서 거의 의무적으로 사야하고 두 배 정도 담임선생님이 강매를 하셔서 저 나름대로도 스트레스를 받아 학업에 지장이 있어요.”

또한, 서울 D여고에서 학급회장을 맡고 있는 김나림(가명)양 역시도 사지 않겠다는 학생들과 판매해야하는 교사 가운데서 역할을 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털어 놓았다.

대전지역 한고등학교의 경우 한 학급당 씰을 16매 사야하며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샀다고 전했다. 또한 여러 가지 학생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강제로 사도록 만들었는데 대표적으로 아침에 복장위반이나 학생증을 안 패용하는 것 등등 교문지도에서 걸린 사람들이 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강제로 파는 것도 군사문화 아냐?”
“씰 대신 도토리를 파는 것은 어떨런지”

학생들의 분노만큼 교사들도 답답한건 마찬가지이다. 현재 대한결핵협회 자유게시판에는 하루에 1건 이상씩 교사들이 강제판매에 부당함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강남 모고교 강교사는 “결핵협회의 취지는 동의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은 하나, 씰을 통한 교육적 효과는 전혀 없고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사야하기에 역효과가 나고 있다”라 말하면서 “씰이 스티커처럼 나와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바닥이나 책상에 붙여 놓고 있는 실정이며 우표 대용으로도 쓰지 못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지금 학생들에게 각 반마다 할당량을 정해 강제로 팔게 하는 것은 바로 군사문화의 잔재가 해결되지 못해 일어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조속히 다른 방법의 모금활동을 전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 학생이 대한결핵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 ⓒ 인터넷 바이러스뉴스

D고등학교 이아무개교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우편서신이 활발했을 때에는 필요했는데 지금은 무용지물이다”라 딱 잘라 말하며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애들 속으로 접근해서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많이 사지를 않아 지각생을 중심으로 강제로 판매하고 있다”라면서 “학생들에게 억지로 물건을 파는 것 같아 교사로서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고 최근 심정을 이야기했다.

“대체 그 양반들(대한결핵협회 관계자)은 뭐하는지 모르겠군요. 매번 도안만 바꾸는 식으로만 그치고 최근 디자인은 너무도 성의 없고. 예전부터 지금의 문제를 이야기 했지만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고 있어요.”

그는 지금의 모금활동은 아무런 교육적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을 알면서 파는 상황 자체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오히려 최근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유행이기 때문에 도토리와 같은 사이버머니를 주거나 파는 것으로 아이들의 요구에 맞는 모금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결핵협회 자유게시판에는 강제판매와 관련되어 학생, 교사들의 분노의 글과 비판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아직 달리고 있지 않다.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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