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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쉬워진다’ 의미 아냐 |
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문재인 정부의 대표 교육공약인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 논쟁이 뜨겁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지난 4월 전국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능 절대평가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774명의 교사 가운데 66%가 찬성한다고 했다. 이유는 지나친 경쟁을 완화할 수 있고, 문제 해결력 중심의 다양한 수업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중3, 고1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학생·학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여서 봐야 한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공부 방법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등급 경계선에 있는 학생은 난이도 문제를 맞히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상위권 학생들은 부족한 영역 공부를 보충하면 된다. 절대평가가 곧 쉬운 수능은 아니다. 난이도는 학생 의지로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다. 상대평가에서 공부하던 대로 교과서와 수능 연계 교재를 중심으로 개념 정리와 문제 풀이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절대평가와 관련해서 찬성 쪽은 점수로 줄을 세워 상대적인 석차를 진단하기보다 등급 개수를 최소화하고 그 범주 안에서 학생들의 사고력을 진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생각에 부합하는 게 수능의 절대평가화다. 내년 고1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에는 ‘공동체 역량’, ‘의사소통 능력’, ‘심미적 감성 역량’ 등이 있다. 찬성 쪽은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핵심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도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대 쪽은 변별력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로 절대평가로 치러진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8.08%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대학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심층면접 등을 도입할 것이고 사교육이 더 성행할 수 있다. 수능 경쟁이 줄면 오히려 내신 경쟁이 치열해져서 내신 관리 위주의 학원이 성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시의 경쟁력 약화로 학생들의 다양한 대학 입학 기회가 없어지고, 재수생들의 역전 기회가 사라질 것도 우려한다. 대학들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보완책을 마련하겠지만, 입시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 전형에 쏠리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사는 지난해 절대평가로 바뀌었고, 영어는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나머지 영역은 상대평가다. 수능이라는 같은 시험체제에서 영역별 평가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고 상대평가로 회귀하는 것도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수능 절대평가의 영역별 단계적 도입은 반대한다. 취지와 방향이 바르다면 단계적 도입이 아닌 전 영역 전면적 도입이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서열화된 대학 진학을 위한 과열 경쟁과 과잉 변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이 수능 절대평가다. 수능 점수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학교 교육이 수능에 종속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대학의 선발에 용이하게 학생을 줄 세워 성적을 제공해야 하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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