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매개 생명존중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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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지난 10일 경기도 여주시 점봉초교에서 진행한 ‘동물매개 생명존중 교육’ 시간에 아이들이 매개견 ‘우니’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2.3. 지난 7일 경기도 오산시 수청초교에서 육근창 상담사가 매개견 ‘마니’와 함께 ‘동물매개 생명존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강아지와 자기소개 나누기, 감정카드를 통해 ‘매개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약속 정하고 함께 활동하기 등으로 이뤄진다. 사단법인 나눔바이러스, 경기도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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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말 건네기’, ‘심장소리 듣기’ 등
전문가 도움으로 생명존중 교육 진행
“내 감정만큼 다른 생명 감정 중요” 알고
‘사지 않고 입양하기’ 필요성 등도 공부
교우관계·학급 분위기 등 좋아지는 효과 생명존중 교육을 통해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소유의 대상’에서 ‘소통의 대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김계형 장학사는 “‘반려동물 가구 1000만 시대’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생명존중 수업은 필수적”이라며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몸으로 배우는 교육이다. 동물에게 말을 건네고 인사하는 법부터 배우면, 함께 지내는 친구들에게도 그 ‘다정함’이 옮겨가며 자연스레 학급 분위기도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강아지 표정 읽으며 ‘관계 맺는 법’ 배워요 “여러분을 찾아온 ‘우니’와 ‘마니’에게 인사를 해볼까요? 먼저 강아지 코앞에 손을 살짝 대주세요. 강아지가 냄새를 맡을 시간을 주는 건데요, 스킨십하기 전에 일종의 허락을 받는 과정입니다. 우니와 마니가 안심하고 좋아하면 천천히 쓰다듬어 주세요.” 지난 10일 점봉초 3학년 3반 교실에서는 육근창 동물매개상담사가 생명존중 교육을 진행했다. 주 2회, 총 4차시로 진행하는 생명존중 교육은 ‘매개견(교육에 참여하는 강아지) 소개하기’, ‘감정카드를 통해 생각 알아맞히기’, ‘매개견과 약속 정하기’, ‘긍정적인 단어 사용하기’, ‘매개견과 친구에게 칭찬해보기’,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을 나눠보기’ 등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상호존중’에 방점을 찍는다. 상담사가 매개견을 소개하면 아이들도 자신의 이름과 좋아하는 것 등을 하나씩 말하는 방식이다. 수업 중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육 상담사는 “‘매개견을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가 아니라 ‘매개견을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었으면 좋겠어요’ 등 교육하며 사용하는 모든 말의 끝부분은 ‘긍정형’”이라고 했다. 아이들도 자연스레 ‘하지 마’, ‘싫어’, ‘못해’ 등 부정적인 말 대신 ‘해볼게요’, ‘나는 이게 더 좋아’ 등 긍정문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교실 바닥에 반원 형태로 둘러앉은 아이들은 ‘매개견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말하기’, ‘매개견과 친구의 얼굴 표정 관찰하고 생각 나누기’ 등 활동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의 중요함’에 대해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점봉초 이경연 교사는 “강아지를 보자마자 눈을 찌르고 만지거나 큰 소리로 놀라게 하는 것이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아이들이 매개견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고 했다. 이 교사는 “동물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는 자기소개와 인사, 좋아하는 것 나누기 등 ‘에티켓’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배울 수 있는 수업”이라고 했다. 책임감 배우며 ‘유기동물’에도 관심 갖게 돼 반려동물과의 수업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 아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유기동물’로 넘어간다. 실제 ‘헬피독’ 프로그램의 팀원인 골든레트리버 ‘마니’와 믹스견 ‘우니’ 등 17마리 강아지는 모두 한때 유기견이었다. 나눔바이러스 소속 동물매개상담사들은 이들을 입양해 가정에서 키우고 있다. 생명존중 교육을 통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유기동물에 대한 이야기와 ‘사지 않고 입양하기’가 갖는 의미 등을 알게 되면 아이들도 관심을 보인다. 점봉초 3학년 손은수양은 “나와 같은 심장을 가진 동물인데, 돈을 주고 사고팔거나 버림받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병이 들어도 치료해줄 수 있고 평생 가족으로서 책임질 수 있을 때 키워야겠다”고 했다. 오산시 수청초등학교 채경순 교장은 “많은 아이가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장난감’이나 ‘인형’ 등으로 인식하다가 ‘심장 소리’를 들으면 생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게 되는 등 교육 효과가 뚜렷해 인성교육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상담사의 교육에는 옆에 앉은 친구의 표정과 기분을 살펴보는 시간도 포함돼 있다. 교과서에서 배울 때는 크게 와닿지 않던 ‘친구들의 표정이나 생각 읽어보기’, ‘타인 생각 배려하면서 대화 시작하기’ 등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 이를 통해 평소 자기 기분에만 집중하던 아이들은 강아지만이 아니라 옆 친구 등 타인의 감정을 헤아려야 한다는 점도 배운다. 명재신 경기대 강의교수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고 주장하는 것에 익숙한데 수업을 통해 ‘누구에게나 같은 심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자신이 타인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건네는 ‘배려 담은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끼면서 교우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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