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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1 14:03 수정 : 2005.02.01 14:03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지난 해 10월 대전 KAIST에서 열린 국회 과기정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현장]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 “사립화 안되면 사퇴” 보도 반박회견

“카이스트의 사립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는 돌아가겠다”? (1월27일자 일부 언론 인터뷰)

노벨상 수상 외국과학자의 소신인가, 영어로 된 표현이 한국어로 바뀌면서 일어난 커뮤니케이션의 잘못인가?
러플린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방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러플린 총장이 최근 보도에 대한 해명에 직접 나섰다. 이번 러플린 총장의 기자회견은 특별히 전문 통역사에 의해 통역되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1일 과천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나의 구상은 카이스트를 미국 매서추세츠공대처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만드는 데 있었으며, 카이스트를 민간영역에 매각하는 사립화 구상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사립화’라는 말에 대해 “내가 작성한 비공개의 ‘카이스트 비전’ 문건의 초안을 봐도 사립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조심한 것을 알 것”이라며 “기자들이 질문하면 그에 대해 직접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용어의 혼란이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립화 아니면 물러나겠다’는 보도 전혀 사실아니다”

그는 ‘사립화 아니면 물러나겠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보도가 두세개 있었는데 이는 전혀 옳지 않은 내용이다”며 “내가 말하려 했던 것은 카이스트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려면 재정 확충이 필요하고 이런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나는 유권자의 돈(국민의 세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의무감에서 한 얘기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구체적 구상과 관련해서 그는 오는 3월 카이스트 임시이사회에서 카이스트 종합 발전계획안이 제출될 것이며, 그 이전에는 과기부와 교수 등 교직원들과 모든 문제를 협의·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구체적 구상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법대 신설 아니라, 기존 교과과정 수정해 그쪽 대학원 수요 배려하겠다는 것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러플린의 개혁 구상의 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카이스트내 의대, 법대 신설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러플린은 “의대, 법대에 대한 새로운 학부 개설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교과과정을 약간 바꿔서 의대, 법대 대학원 가려는 학생들을 위한 과정을 배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공학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 전인적 교육을 시키기 위한 것으로, 법대,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결정한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러플린은 “이들이 (나중에) 전문적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은 오전 11시20분에 예정됐으나, 러플린 총장은 미리 도착해 과학기술부 주무국장 방에 잠시 머물다 오전 11시30분께 브리핑룸에 나타났다. 회견장에는 취재진 40여명과 과기부 관계자, 카이스트 교직원 등 모두 50~60여명이 몰려 러플린 총장이 밝힌 이른바 ‘카이스트 사립화 구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러플린 총장은 A4 용지 1쪽 분량의 준비해온 영문 문건을 읽은 뒤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러플린 총장 구상이 말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여러 지적이 제기된 탓인지, 이날 러플린 총장 회견의 영한 통역은 특별히 전문적인 통역사가 맡았다.

■ 러플린 총장 발언

"준비된 문건을 읽겠다. 중간에 고치느라 미리 발표문 사본을 여러분께 나눠주지 못해 죄송하다. 여러분을 만나 기쁘고 영광스럽다. 과학기술부 관료들과 나는 여러분을 함께 만나 카이스트 비전의 기획과정에서 생긴 오해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나는 ‘과정’이라는 단어을 강조한다. 지금 얘기되는 바는 진행 중인 것이며 공식 정책이 아니다. 과기부나 저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3월 초(임시이사회 때) 정식 발표문이 준비될 것이다. 확인할 것은 현재 논의가 비교적으로 카이스트의 핵심적 논의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카이스트의 지원 베이스와 미션을 수정해야 할지를 논의 중이다.
논의의 핵심 포인트를 말하겠다. 첫째 사립화에 관한 것으로, 우리는 카이스트의 사립화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카이스트를 여러 방법으로 세계 수준 대학으로 만드는 굿머니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이 이슈에 대한 몇가지 오해 생긴 것 같다.
둘째는 학부 중심의 대학원 과정에 관한 것이다. 카이스트를 학부 중심으로 변모하는 것은 논의하지 않는다. 대학원 과정의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다. 단 약한 것은 축소하고 강한 부분은 더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우리는 학부 과정을 개선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학부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기술 분야에 대한 강조이다. 카이스트를 일반대학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논의하지 않는다. 단 교과과정에 필요한 작은 수정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학부 과정에 여러 수정사항이 있을 수 있다. 학부모에 대한 카이스트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네번째는 의대, 법대 진학반에 관한 사항이다. 의대, 법대에 대한 새로운 학부 개설이 아니다. 단 기존의 교과과정의 패키징을 조금 바꿔서 의대, 법대 대학원 가려는 학생들을 위한 과정을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적은 공학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 더욱 전인적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며 또한 너무 일찍 법대,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결정하는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나중에) 전문적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다.
다섯째는 세계화에 관한 이슈다. 교과과정을 보완해서 학생들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언어 능력을 강조하고 비즈니스나 경제의 노출을 확보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를 더욱 확대하려는 것이다. 카이스트에 엔지니어를 훈련시키는 미션을 버리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논의하는 이슈는 카이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매서추세츠공대(MIT)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카이스트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성에 대한 이유는 나름대로 내게 있지만 질의 시간에 답하겠다."

■ 취재진과 일문일답

- 러플린 총장 자신이 ‘사립화’라는 말을 쓰지 않았는가. 썼다면 어떤 맥락에서 썼는가.
= 좋은 질문이다. 제 비전 문서의 초안을 보면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사립화에는 여러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립화라는 용어는 저와 언론의 대화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기자가 질문하면 그에 대한 직접적 답변을 해야지 ‘무모한 질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잖은가. 언어 사용이 혼란을 빚을 수 있었다. 문서가 공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를 일으킨 원인의 하나다. 문서를 카이스트 내부에서 먼저 리뷰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혼란 야기하는 이유 하나가 문서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과기부와 저의 논의는 재정 지원에 관한 것이다.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카이스트를 민간 바이어에 매각하는 것은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 말하고 싶다.

- ‘사립화 아니면 총장할 필요 없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됐는데 진의는?
= 틀린 정보다. 그런 내용의 보도가 두세개 있었는데 이는 전혀 옳지 않은 내용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명확히 하는 게 좋다. 제 임무는 카이스트를 MIT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카이스트가 이 수준에 도달 못한 것은 재정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과기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언론에 말한 것은 카이스트에서 이 문제 해결하지 않고서 내가 유권자의 돈(아마 '국민의 세금')을 받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나의 의무감에서 나온 얘기다

- 일부 언론에서 ‘러플린 총장이 따돌림당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러플린 총장에 있나, 교수들에게 있나.
= 부분적으로는 옳은 말이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지금 논의하는 사안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 돈 얘기하면 긴장감이 생긴다. 그런 이유도 있고, 전 기획처장과 성격이 잘 안맞는 문제도 있는데, 지금은 바로잡혔다. 둘째는 재정 논의는 과기부와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문제는 곧 사라질 것이다.

- 총장의 생각을 논의하는 기구가 없는 시스템의 문제는 아닌지.
= 단독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교직원과 논의하는 메카니즘 있다. 문건을 리뷰 하고 있다고 했는데 내가 독재자였다면 의견을 묻지 않고 문서를 먼저 공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서 공개 이전에 리뷰 과정을 거치고 있다. 총장으로서 교직원과 어느 정도의 긴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영구조가 정부구조 밑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교직원과 전적인 우호관계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긴장은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현재 노력하고 있다

- 국립대도 다 등록금 받는데, 등록금 징수가 사립화 개념에 들어가 있는 것인지.
= 등록금 징수 문제 역시 논의하는 사안의 하나다. 이 문제는 내가 오기 이전부터 논의가 있었다. 아마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카이스트의 실질 소유자인 과기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고 나는 만족하고 있다.

- 신임 기획처장(장순흥 교수)를 직접 임명했는가.
= 인사권 행사해서 내가 최종 결정한 것이다. 장 교수는 매우 만족한다. 생각하지 못한 후보였고 이 자리에서 일 안할까 걱정했는데…,

- 대학의 재정확충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재정확충할 것인지 그리고 밝히신 결론적으로 MIT 모델을 따라가겠다고 말했는데 다섯가지 해명과 관련해 다시 혼돈이 생긴다. 어떻게 MIT 모델을 따라가겠다는 것인지.
= 첫째 질문에 대해서는 돈 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화하고 있다고 먼저 말했는데 대화 중이라 더 얘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발표문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은 아니다. 지금은 구체 사안은 말하지 않겠다. 둘째 질문은 흥미로운 질문이다. 답변은 우리 논의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겠다. MIT 수준으로 달성하기를 원하는지, 또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섯가지 사안에 대해 일부를 시행할 필요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섯가지를 언급한 이유는 대중적으로 논의가 일어나는 맥락이 극단적이고 혼란스런 측면이 있어서 내가 말하고 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논의는 우리 목적의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다른 대학에서는 먼저 장단기 계획이 마련되고 보직교수 중심으로 논의돼 확정되는데 카이스트에선 미리 나와 언론에 회자됐다. 그 과정이 명쾌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 과정이 어떠했는가. 또 그 과정에 총장과 과기부가 어떤 형태로 참여하는지.
=근본적인 혼란의 이유가 이런 비공개 과정이 통제할 수 없게 언론에 누설됐다. 이 모든 일은 내가 이자리에 있기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변화를 원한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나를 임명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포함해 논의를 더 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평소보다 대규모의 변화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기존 과정과 다르고 사용언어도 다소 극단적 측면이 있다. 나는 만족한다. 중대한 문제가 잘 진행되고 있고 카이스트와 과기부 사이에서도 해야 할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이루고 있다. 과기부가 어떻게 참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우선 과기부는 외국인인 나를 총장에 임명했다. 나는 세계 수준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이끄는 논의를 개시했다. 과기부는 늘 중요한 역할을 하고 논의는 많이 발전하고 있다. 처음 논의 시작 때엔 ‘무엇을’ 개선할지에 대한 논의였는데, 이제는 ‘어떻게’의 논의로 발전했다. 이 시점에서는 재정문제를 논의할 사항이다. 재정 논의는 교직원 내부에서 할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과기부는 적당한 수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사회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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