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4 23:25
수정 : 2017.08.14 23:32
모의재판이라고 하면 판검사, 변호인 등 역할 정하는 것부터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의재판 시나리오 등 매뉴얼을 참고하면 법 교육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지난 2015년 ‘중·고등학생을 위한 수준별 모의재판 시나리오’(이하 시나리오)를 발간했다. 지도교사를 위한 ‘모의재판 시나리오 및 지도안’과 ‘중·고등학생을 위한 수준별 모의재판 시나리오 개발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연구원 누리집(jpri.scourt.go.kr)에서 피디에프(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연구원 하상익 판사는 “모의재판은 중·고등학생이 가상의 재판을 체험하면서 법 원리와 재판 절차를 쉽게 이해하고, 합리적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법 교육 수단”이라며 “학년별 수준에 맞게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민사·형사사건 사례를 다양하게 담아냈다”고 했다. 중학생용으로 ‘팔 때 약속한 것보다 수박의 맛이 없으면 수박값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부터 고등학생용으로 ‘부모 동의 없이 노래학원에 등록한 경우 학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산책에 데리고 간 반려견이 다친 경우 가해자에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은 어디까지일까?’ 등 생활밀착형 주제들이 많다.
학교 현장에서는 모의법정 동아리를 통해 법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경북 경산시 영남삼육고등학교의 모의법정 동아리 ‘베루스’(VERUS)는 매년 4차례에 걸쳐 ‘학생자치법정’을 열고 있다. 실제 학교생활을 하면서 벌점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변론 기회를 주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교칙 및 생활규율에 대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토론하고 판단해보는 장을 열어주는 게 목적이다.
베루스에서 활동하는 3학년 심유나양은 “모의법정은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벌을 주기 위해 열리는 것이 아니다. 피고인 역할을 맡은 친구는 자신을 변호해줄 또 다른 친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돌이켜보기도 한다”고 했다.
이경구 교사는 “교육 현장에 모의법정이라는 채널이 하나 생기니, 아이들의 학습·생활 태도도 많이 개선됐다”며 “지각 벌점을 받거나 기타 교칙을 어긴 경우에도 ‘원 아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명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아이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죠. 규정이나 교칙에 반발하다가도, 나름의 필요성을 설명해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법’으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니 모의법정이 인기가 많습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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