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8 13:27
수정 : 2005.11.18 13:27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학교들마다 경쟁적으로 학생들의 진학 상황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학교 입구에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 재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마치 성적표를 보여 주듯 자랑하고 있다. 이를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1학년 아이들에게 물어 보니 여러가지로 대답한다.
“저도 거기에 이름이 올랐으면 좋겠어요.”
솔직한 대답이다. 순간적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각이다. 내가 재차 같은 질문을 하니까 뭔가 눈치를 챘는지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이름이 대학교 순으로 적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서울대 합격한 언니는 가장 큰 컬러 글자로 맨 위에 있고 그 다음 대학들에 합격한 언니들은 점점 글자가 작아지면서 나중엔 아예 검은색 글자로 되어 있었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아예 질문의 의도를 다 안다는 듯이 자신있게 말한다.
“너무 성적만으로 학교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좋은 학교를 드러내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학 들어간 숫자만으로 우리 학교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 한 것 같아요.”
“그래요. 학력 지상주의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봐요.”
'현수막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언니들은 너무 속상할 거에요.'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는 솔직히 놀랐다. 아무 말 없이 지내는 듯 보이지만 실상 아이들은 이렇게 깊은 속내를 지니고 있었다. 다음 순간, 결코 가볍지 않은 부끄러움이 내 마음을 스쳐갔다. 과연 어른들은 이 현수막을 걸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모두들 합격한 학생들만 칭찬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 수시 모집에 불합격한 학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위로와 격려의 말 한 마디라도 그들에게 건넨 적이 있을까? 학교는 결국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만을 교육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다른 것을 첨가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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