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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2 08:34 수정 : 2017.09.12 08:34

최근 여중생들의 집단폭행 사건을 접하면서 근심이 깊어진 부모들이 제법 있다.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내 아이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들이 잘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 세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실에는 서열이 있다. 어느 그룹에 속해 있느냐가 아이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교실 서열에서 상위에 있는 아이들은 자기가 얼마나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모른다. 요즘에는 이 친구들이 이른바 ‘일진형’의 문제아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밝고 목소리도 크고, 기가 센 친구도 많다. 공부, 학교생활을 잘하고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아이들의 시선과 목소리, 행동에 나머지 아이들도 잘 호응한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동참하지 않더라도 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기 쉽다.

만약 이런 친구들이 어떤 한 친구를 표적 삼아 따돌린다면 다른 친구들도 함께 그럴 가능성이 크다. 따돌림의 대상이 발표를 해도 호응이 없고, ‘뭐래?’ 하는 식의 눈빛을 주고 지나친다. 부모 세대 때 학창 시절이라면 따돌림당하는 아이한테 누군가 한 명이라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 문화가 있었다. 지금 교실에서는 그 단 한 명의 친구를 찾기가 어렵다. 담임교사가 신경을 써주면 “왜 편애해요?”라며 모든 아이가 당당하게 따지기 일쑤다.

내 아이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위에 있는지, 별 특색이 없는 존재로 하위에 있는지, 중간에 위치하더라도 상위그룹이나 하위그룹에 좀 더 가까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혼자서 투명하게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피해를 보지 않으니까 다행’이라고 안심만 해서도 안 된다. 내 아이가 가해자의 편에 서는 건 한순간이다. 이런 친구들은 상대의 아픔과 외로움에 잘 공감하지 못한다. 자기 행동이 주변 아이들에게 표나게 인정받고 주목받는 데 매우 민감해진다. “와~ 나 페북스타 되는 거야?”라며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훈계는 적절치 않다. “걘 왜 그렇게 행동할까? 너희도 참 답답하긴 하겠다”라며 아이가 느끼고 있는 비호감을 인정해주는 게 먼저 필요하다.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다가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 그러고 나서 상대 아이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 친구는 어때?”라며 물어보기도 하고,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럴 때 걘 마음이 어땠을까? 다들 그런 말, 행동을 그 애한테 하면 걘 어떨까? 내가 걔 입장에 있으면 어떤 마음일까?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심한 것도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런 경우에는 이러저러하게 생각하고 느끼기가 쉬운 것 같더라, 걔도 그럴 수 있다”며 상대 아이 입장을 설명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부모가 내 아이가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아이를 둘러싼 다른 친구들도 그런 마음이길 바랄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게 절실히 필요한 때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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