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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0 17:33 수정 : 2005.11.21 13:52

제주동초등학교는 지난 3월부터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잡곡밥과 배추 된장국, 짜지 않은 김치와 달지 않은 냉채로 이루어진 ‘유기농 성찬’을 맛나게 먹는다.

“어린이 30% 비만” 조사 충격… 이용종 선생님 클리닉 만들고 학년별 한학급 ‘기초체력반’… 친환경 급식에 아이들 무럭무럭

제주동초등학교가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이용종 교사의 공이 크다. 5년 전 아동비만이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한 그는, 담임 학급 아이들의 체격과 체력을 측정해 비만이 염려되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한 건강 교육, 운동 프로그램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30% 가량이 비만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동비만은 성인비만과 달라서 비만세포만 커지는 게 아니라 비만세포 수 자체가 늘어나는 게 특징이죠. 한번 늘어난 비만세포수는 절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된 뒤에도 비만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교사가 더욱 안타까웠던 건 통통한 몸이 부의 상징이었던 예전과 달리, 가정 형편이 어려울 수록 비만아동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모든 학생들이 마찬가지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경우일 수록 패스트푸드 같은, 몸에 나쁜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부자는 날씬하고, 가난한 사람은 뚱뚱한 ‘몸의 빈부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죠.”

2년 전 제주동초등학교가 보건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이용종 교사의 ‘비만클리닉’은 학교 전체로 확대됐다. 교사들은 학년별로 한 학급씩 ‘기초체력반’을 만들어 비만이 염려되는 학생들을 관리하고, 각종 운동기구가 있는 체력단련실도 만들었다.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요가, 에어로빅, 댄스스포츠 등 재미있는 체육 수업도 고안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건강 교육을 하고, 생활습관을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는 ‘튼튼이 실천 기록장’을 만들어 전교생에게 나눠줬다. 지난 3월부터는 무농약,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한 ‘친환경 급식’도 시작했다. 다른 학교에는 없고 제주동초등학교에만 있는 독특한 것들이, 여럿 생겨났다.

#1. 기초체력반 - 1주일 4차례 산책

오후 1시30분. 2학년 학생들의 수업이 끝났다. 제주동초등학교 2학년 7반 스물 세 명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나선다. 학교 근처에서 시작된 산책로는 해발 2백미터쯤 되는 사라봉까지 이어진다. 사라봉과 별도봉, 두 개의 오름을 돌아 내려오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산책이라기보다는 등반에 가깝지만, 지난 3월부터 일주일에 네 번씩 해 온 터라 아이들에겐 익숙한 길이다.

친환경 식단

2학년7반은 ‘기초체력반’이다. 학년 초 아동비만이 염려되는 아이들을 같은 학급에 배정해 공부도, 운동도 함께 하도록 했다. 제주동초등학교는 2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한 개 학급씩 총 5개의 기초체력반이 있다. 이 학교 부영삼 교장은 “뚱뚱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세상이라, 처음 별도 학급을 편성하려 했을 때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건강 교육을 하면서, 비만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이며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기초체력반 학생들만 참여하는 방학 캠프도 만들고, 재미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을 주기도 했다. 성과가 있었다. 4학년 곽우향 군의 일기장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하는 우리 기초체력반이 자랑스럽다. 나도 기초체력반에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부영삼 교장은 “문제를 감출 때는 따돌림의 원인이었던 ‘비만’을, 막상 입 밖에 내어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별로 특별할 것이 없더라”고 했다.


#2. 건강방송 - 목요일 아침엔 도란도란

제주동초등학교의 아침은 건강방송으로 시작된다. ‘설탕, 그 달콤한 유혹’, ‘아토피는 왜 생길까’, ‘아침 식사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로 방송물을 만들고,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방송한다. 아이들은 방송을 본 뒤 느낀 점과 궁금한 점을 ‘튼튼이 실천 기록장’에 적어둔다. 보건교육 연구부장인 박문숙 교사는 “아이들 스스로 몸을 돌보게 하려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는 것이 먼저”라면서 “초등 교과 중에서 몸과 먹을 거리에 대한 단원을 더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부족한 내용은 아침 건강방송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튼튼이 생활 실천 카드

# 3. 튼튼이 실천 기록장과 건강일기 - 성찰의 기회

제주동초등학교 아이들 누구나 갖고 있는 튼튼이 실천 기록장은 저학년은 그림으로, 고학년은 글로 기록하게 돼 있는 독특한 일기장이다. 내 몸의 변화 모습과 건강한 생활 실천을 기록하는 카드(상자 참조), 각종 건강 상식을 퀴즈나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놓은 것 등이 담겨있다.

기초체력반 학생들이 작성하는 건강일기장은 그 날 겪은 일과 더불어 먹은 음식과 운동량 등을 적어두는 것이다. 6학년 고은별 양의 건강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오늘 아침은 열량이 쫌 높은 소시지와 열량이 쫌 괜찮은 김치볶음을 먹었다. 김치볶음 쪽으로는 손이 가지 않고, 소시지 쪽으로 젓가락이 향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김치 볶음보다, 소시지를 더 많∼이 먹었다. 후회가 됐다. 그래서 저녁은 참치김찌찌개를 먹었다.”

# 4. 친환경 급식 - 시의회 조례제정 덕분

제주동초등학교 급식 식단에는 소시지나 햄, 어묵이 없다. 돈까스를 만들 때는 냉동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질 좋은 돼지고기와 밀가루, 유정란 등을 구입해 직접 만든다. 급식에 사용되는 곡류의 95%가 유기농산물이고, 각종 야채는 공급이 가능한 선에서 유기농산물을 사용한다. 부영삼 교장은 “유기농 된장이 기존 된장에 비해 단 맛이 적고 텁텁해서 처음엔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단 맛과 짠 맛이 적고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야채들이 종종 올라오는 점심식사에 익숙해졌다.

이용종 교사

제주동초등학교가 친환경급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시의회가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사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덕분이다. 평소 학생 건강을 챙기는 학교로 소문난 제주동초등학교가 자연스레 급식 시범학교로 선정됐고, 학생 한 명 당 한끼에 500원꼴로, 친환경 농산물 구입에 드는 비용을 정부에서 보조받을 수 있게 됐다. 부영삼 교장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식자재를 필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면서 “100% 친환경 식단을 만드는 일과 아이들 몸에 좋은 조리법을 연구하는 일 등 급식과 관련해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올해 전체 제주 남군 내 학교의 10%만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 급식은 내년에는 30%, 2007년도에는 전체 학교와 보육시설로 확대될 예정이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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