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0 18:06
수정 : 2005.11.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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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입장 바꿔 해볼까” 진땀토론 생각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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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청소년 독서논술 토론대회 가보니
인터넷과 영상물에 익숙한 요즘 청소년들에게 책읽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국에서 몰려든 15명의 고교생들이 이를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지난 11월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청소년 독서논술 토론대회’ 고등부문 본선 토론 현장에서다.
“저에게 책은 산책과 같습니다. 혼자 책을 읽으면서 제 안에 있는 자아와 대화를 하고 나면, 다시금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최종훈/서울 문일고등학교) “책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입니다. 우리 사회 민주화가 가능했던 것도, 대중들의 사고의 수준을 높여주는 뛰어난 책들이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장현준/경기 포천고등학교) 날카로운 질문도 오갔다. “예전에는 책이 사회 진보의 원동력이 되었을 지 모르지만, 요즘은 인터넷과 영상물이 그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현준 토론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송상현/부산 동래고등학교)
한겨레신문사와 국회 문화정책 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청소년출판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총 2700여명의 초·중·고교생들이 참가했다. 특정한 주제나 필독도서 없이, 자신이 읽은 책을 토대로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독서논술문’을 접수한 예선 참가자들 중에서 중등부문 15명, 고등부문 15명이 본선에 올라 미리 주어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예선과 본선 심사를 맡은 한겨레신문사 최재봉 문학전문기자는 “청소년들의 독서량과 글쓰기 수준이 상당해 무척 놀랐다”면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주장과 근거가 논리적인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주장을 펼치는 지 등이 이번 대회의 심사 기준”이라고 말했다.
대회 마지막에 벌어진 최종 결선은 본선을 통과한 8명 참가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심사위원들이 현장에서 제시한 주제로 ‘찬반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한 차례 토론이 끝난 뒤 상대팀과 입장을 바꿔 다시금 토론을 하도록 해, 학생들이 진땀을 흘렸다. 결선 토론을 마친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서여주 양은 “한 가지 주장을 하다가 잠시 짬도 없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근거를 대려니, 어쩐지 뻔뻔스럽게 느껴졌다”면서 “긴장은 됐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중등부문 토론 사회와 심사를 맡은 서울대 방만식 교수는 “학생들이 어떤 입장에서도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장 바꿔 토론 하기’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불꽃 튀는 토론 현장은 라디오21(www.radio21.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중등부 으뜸상 △ 문화부장관상=김영상(정발중학교) △국회문화정책포럼 국회의원 이경숙의원상=장은진(광주숭일중학교) △한겨레신문사 사장상 =오수영(신광중학교) △청소년출판협의회회장상=정예성(덕소중학교) △(주)우리교육 사장상=조성재(천안중학교)
● 고등부 으뜸상 △문화부장관상=정유한(해운대고등학교) △국회문화정책포럼 국회의원 이경숙의원상=박미정(태장고등학교) △한겨레신문사 사장상 =최종훈(문일고등학교) △청소년출판협의회회장상=서여주(대원외국어고등학교) △(주)우리교육 사장상=오은영(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
● 중등부 단체상 1등 신월중학교, 2등 전주남중학교, 3등 제주동여자중학교
● 고등부 단체상 1등 전남순천여자고등학교, 2등 포항고등학교, 3등 문일고등학교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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