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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0 18:46 수정 : 2005.11.21 13:50

땅속, 하늘밑 친구들의 초대 호기심 더듬이 절로 ‘쫑긋’

생각 키우기

하루살이, 똥파리, 귀뚜라미, 반딧불이, 칠성무당벌레, 방아깨비, 고추잠자리…. 곤충들의 이름은 참 특이하다. 누가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또, 똥파리는 똥만 먹고 사는지, 칠성무당벌레는 왜 일곱 개의 점을 가지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그러나 백과사전을 아무리 뒤적여도, 부모를 아무리 졸라도 이런 궁금증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하루살이는 왜 하루만 사나요?
곤충 12마리 돋보기로 키워보면… 동화같은 생태계 한눈에 가득

그런데 ‘내가 알려주마’라며 책 한 권이 떡 하니 등장했다. <곤충전설>이 바로 그 책이다. 목차부터 눈길을 끈다. ‘하루살이는 왜 하루만 살게 되었을까’ ‘나나니벌이 혼자 사는 이유’ ‘개미와 진딜물이 친한 까닭’ ‘길앞잡이의 슬픔’ ‘모기는 왜 피를 빨아 먹을까’ 등 뭔가 속시원한 답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답이 나온다. 하루살이는 원래 백살이였는데, 우두머리 긴수염하루살이가 병에 걸리자 곤충 하눌님께 ‘대장을 하루만이라도 더 살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런데 하눌님께 곤충들의 소리를 전달하는 달팽이가 엉뚱하게 ‘우리를 하루만 살게 해주세요’라고 전하는 바람에 하루살이들은 진짜 ‘하루살이’ 운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나니벌은 곰개미의 꾐에 빠져 허리가 잘록해진데다 다른 벌들과 어울려 살지 못하게 됐고, 땅강아지는 길을 잃고 엄마 땅강아지를 찾느라 지금껏 땅을 파고 있다. 또 똥파리는 착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장수하늘소한테 받은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을 잃어버린 뒤, 이를 사람이 먹고 똥으로 쌌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똥만 찾아다닌다고 한다.

땅속, 하늘밑 친구들의 초대 호기심 더듬이 절로 ‘쫑긋’

물론 책에 나오는 12가지 곤충들의 이름이나 모양에 얽힌 사연들은 글쓴이가 지어낸 얘기다. 그럼에도 허황되게만 들리지는 않다. 무엇보다 곤충의 생김새와 성장과정, 습성 등 개체의 생태 특성을 그대로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지난 여름 내내 강화도에 머물며 온갖 벌레들을 직접 관찰했다. 실제 동화 중간중간 나오는 곤충들의 모습이나 습성 등은 허구나 아니라 사실 그대로이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재기발랄한 상상을 해보도록 이끌어주는 점에서도 이 생태동화는 픽션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곤충나라’라는 상상의 공간에서 ‘곤충 하눌님’이라는 절대 존재,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벌레들의 삶은 사실은 아니지만 잘 들여다보면 우리들이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일깨워준다. 곤충들에게 소망과 사랑, 시기와 질투, 슬픔과 꿈 등이 있다고 보는 발상이 신선하다.

모든 전설처럼 ‘곤충 전설’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바뀔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길거리나 들이나 산에서 우연찮게 만난 벌레들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단 1분이라도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키우다 보면 더 큰 세상이 펼쳐진다. 글쓴이의 말처럼 “관심을 가지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겨”난다. 이상대 글, 이제호 그림. -우리교육/8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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