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선택한 십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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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8일 서연지양이 방송대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서연지양 제공. 지난 20일 권도현군이 방송대 충북지역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 권도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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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다니며 영문학 공부 중
방송대 지역국장 활약하는 17살 소년
엔지니어 꿈꾸며 일찍 대학생활
학교 유명세 아닌 전공, 장점 보며
시공간 자유로운 원격강의 선택해
“조금 다른 길 걸어보는 것도 좋아” ‘컴퓨터 삼매경’에 빠진 권도현군 가상현실 분야 연구원을 꿈꾸는 17살 방송대 재학생도 있다. 컴퓨터과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권도현군은 “어린 시절 온몸이 마비된 적이 있었다. 당시 집과 병원을 오가며 누워 있는 생활이 이어졌다”며 “이때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등을 다룬 책을 탐독하면서 미래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전신마비가 왔을 때 휴대폰은 물론 아무런 전자기기도 만질 수 없었어요. 굉장히 불편하더라고요. 그때 브이아르(VR) 기술과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건강해졌지만, 몸이 한번 아파보니 그 아픔과 불편함을 깊게 이해하게 됐거든요.”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방송대에 입학하면서 부모는 “일찍 대학생활을 시작하니 참 기특하다”고 격려했지만, 가끔 주변에서는 “일반대학을 가도 되는데 왜 방송대를 택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권군은 “관심 분야가 뚜렷하고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해서 그런 말에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많은 친구들이 과도한 입시 경쟁 속에서 이름난 대학에 입학하려고 고생하는데, 나는 학벌주의보다는 ‘실용 노선’을 택한 것뿐”이라고 했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선택과 교육 방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이길 바라고요. 전공과목을 수강하면서 웹 서버 구축, 프로그래밍 등 재능기부도 한 적 있는데, 당시 얻은 노하우가 저만의 큰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서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이죠.” 권군은 방송대 충북지역총학생회 관리국장도 맡고 있다. 방송대는 서울 소재 대학본부를 비롯해 13곳의 지역대학과 3곳의 학습센터, 시·군 학습관 31곳 등 전국에 총 48개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충북지역 방송대 학우를 위한 오프라인 활동에 열심이다. 그는 “나이가 지긋하신 컴퓨터과학과 학생회장님이 저에게 관리국장을 맡아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월 1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학우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학교 쪽에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원격강의와 출석수업 등을 진행하다 보면 학우분들로부터 다양한 건의사항이 들어오거든요. 관리국장을 맡으면서 지역 선배들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도 느끼고 있습니다.” 권군은 방송대 졸업 뒤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진로·진학과 관련해 방송대 튜터링 및 멘토링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튜터와 학습 계획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상담도 받을 수 있어요. 모니터 속 원격강의뿐 아니라 선배·동문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도 많습니다.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볼지 멘토링을 해주니까 도움이 많이 돼요. 스터디 모임이나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얻는 업계 정보도 쏠쏠합니다.” 방송대는 1972년 정부가 설립한 국내 최초 원격대학이다. 최근 십대 입학을 비롯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직장인 편입학 등도 증가하고 있다. 한 학기 등록금은 30만원대로 부담이 적은 편. 내년 1월9일까지 인문과학·사회과학·자연과학·교육과학 등 4개 단과대학 23개 학과에서 신입생 5만9590명, 편입생(2·3학년) 6만174명을 모집하고 있다. 원서는 학교 누리집(www.knou.ac.kr)에서만 받는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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